미중 갈등에...매그나칩반도체, 중국 매각 무산

입력
2021.12.14 21:09
매그나칩 "미국 승인 못 받아 인수 계약 해제" 
국내 기업, M&A에 차질 생길까 '노심초사'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매그나칩반도체는 14일 성명을 통해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과의 합병 계약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계약 해제됐다고 밝혔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수개월 간 노력했으나 미국 측으로부터 인수합병 승인을 받지 못해 부득이 계약을 종료한다"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합병 관련 승인 신청서도 철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 위험' 미국 제동에 무산…국내 기업 영향 미칠까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 3월 와이즈로드캐피탈이 제시한 공개매수제안에 응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매각 거래 규모는 약 14억 달러(약 1조6,555억 원)에 달했다.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매그나칩반도체는 7,200만 달러(약 851억 원) 위약금을 받게 된다.

매각이 무산된 건 국가 안보의 위험성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재무부는 와이즈로드캐피털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미국에 '국가안전보장상 리스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매그나칩반도체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미국 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두 회사는 중국으로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지만,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김영준 매그나칩반도체 대표는 "합병 계약이 해지된 것이 실망스럽지만 매그나칩반도체가 독립적인 회사로서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성장과 이윤 창출을 위해 기존 투자 계획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사례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인수·합병(M&A)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비슷한 이유로 심사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매그나칩반도체는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옛 SK하이닉스)에서 분사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다. SK하이닉스에서 비메모리 부문만 분사돼 나와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서 인수, 현재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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