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에 빠진 K 방역 ... 결국 거리두기로 돌아간다

입력
2021.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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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도 결국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한 달 보름여 만에 그 이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아 갈 태세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 등으로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인 지난 6일 4주간의 '특별방역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사망자, 위중중 환자는 역대 최다치를 찍었다. 백신 미접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방역패스를 시행했으나 그마저도 연일 먹통이다.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접종을 대폭 늘리겠다던 '찾아가는 백신접종' 또한 학부모의 거센 반발 때문에 사실상 '무산'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만신창이가 된 특별방역대책 대신 그간 수차례 말만 해왔던 '특단의 조치'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생경제를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아가길 망설이던 정부도 결국 17일 방역강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말부터 방역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사적모임 인원제한 강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이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사망자 94명, 위중증 환자 906명 '사상 최대치'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사망자는 94명으로 종전 최고치인 80명(11일)보다 14명이나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위중증자 환자 역시 30명이 늘어난 906명으로 역대 최다치였다.

의료현장은 이미 붕괴 위기다.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에도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병상, 인력 모두 고갈된 상태다. 의료단체, 전문가단체등을 중심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위드 코로나를 즉각 멈추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날도 서울대병원 간호사 40여 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붕괴 직전인 상황에서 간호인력 충원에 대해 여야 모두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부가 '12월 대책'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인 백신 3차 접종률은 지지부진하다. 이날 기준 인구 대비 3차 접종률은 13.9%(18세 이상 16.1%, 60세 이상 37.5%)로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된 6일(7.7%)에 비해 불과 6.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 추세로 접종률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석 달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사적모임 4인 영업시간 9~10시 제한 등 '특단 대책'

더 이상 꺼내들 카드가 없어지자 이날 정부도 특별방역대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특별방역대책에 따른)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확산세 억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등 특별방역대책의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확진·위중증·사망자, 병상 여력 등 의료 역량이 매우 엄중한 만큼 다시 전체적인 평가를 통해 방역 강화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13일 저녁 KBS 긴급진단에 출연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3차 접종으로 고령층의 면역도를 대폭 올리고, 병상 확충 및 재택 치료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린다"며 "12월 한 달 정도는 거리두기를 강화해 확진자 규모를 줄인 뒤 일상회복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특단의 대책으로는 위드 코로나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당시 적용했던 △사적모임 허용 인원 4인까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말로만 '특별 대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 이어지니 '대선 때문에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다'는 뒷말들이 나오게 된다"며 "방역 당국이 더 이상 신뢰를 잃기 전에 오판을 시인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