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與 혼란... "소급 적용은 어찌하나"

입력
2021.1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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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강병원 등 지도부 내 이견 노출
지난해 집 판 다주택자 '형평성' 문제도
李 "장특 공제 정비"로 부자감세 돌파

‘다주택자 양도소득 중과세를 1년 유예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돌발 제안에 민주당이 계속 시끄럽다. 대선일이 다가오지만 성난 ‘부동산 민심’이 걱정인 이 후보는 집값을 잡는 카드는 다 써야 한다는 생각. 그러나 ‘부자감세’ 프레임을 꺼리는 당내에선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양도세 폭탄을 맞고 집을 판 유권자들도 챙겨야 한다. 잘못하다간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커 민주당은 소급적용 여부를 놓고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ㆍ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양도세 퇴로를 한 번 열어줬다. 좀처럼 매물이 나오지 않자 지난해 6월 30일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것.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유예 반대론의 근거도 “한 번 해봤는데,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도부 안에서도 엇박자 기류는 감지된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주택에서 빠져나가시라, 이렇게 했었는데 그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검토 의견도 있다”며 내부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반대론자들은 정부 정책의 신뢰 저하도 우려한다. 이미 집을 판 이들에게는 ‘역차별’ 반발을 부를 수 있고, 일부 다주택자는 절세를 노리고 정책 시행 전까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친(親)문재인계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를 믿고 매도한 분들에게는 정부가 신뢰를 훼손한 행위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아직 이견 조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스텝이 꼬인 기색이 역력하다. 단적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주택을 매도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 유예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철회되는 소동까지 있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집을) 팔았던 사람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는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며 소급 적용을 입에 올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정책위는 2시간 뒤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소급적용 검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급히 정정했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 기산 시점을 ‘최초 취득시’에서 ‘1주택자가 되는 시기’로 바꾸는 안을 함께 추진해 부자감세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 장특공제 기산 시점을 계산하면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면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중과 유예에 필요한 입법을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우선 정책위와 논의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