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인권을 넓히는 일이 결국 다른 여성을 돕는 길이라 믿어요"

입력
2021.12.15 13:56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일보 ‘허스토리’는 젠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허스토리'가 인터뷰 시리즈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을 시작합니다. 정치·대중문화·창업·커리어·리더십·지역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 나가는 이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담습니다. 이 개척자들의 서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더 단단히 연결되려는 취지입니다. 전문은 크라우드펀딩(https://tum.bg/l6H8cX) 후원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 ‘난민’이라는 화두가 한국에 상륙했다. 500여 명의 예멘인이 제주를 통해 입국해 ‘예멘 난민 사태’라 이름 붙은 이 일은 우리 사회가 그간 고민해 본 적 없는 생소한 질문을 던졌다. 딱한 처지에 놓인 낯선 이웃을 우리는 어떻게 환대하고 함께 살아갈 건가. 이 질문은 명확한 결론 없이 한국 사회를 표류하고 있는 차별금지법(평등법)처럼 아직도 둥둥 떠 있다.

예멘 난민 사태 때 도드라진 현상 중 하나는 여성 집단 내부의 분화였다. 일부 여성들은 난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권 출신인 점을 들어 치안에 위협이 될 것이라 주장했으며, 이는 곧 무차별적인 혐오로 이어졌다. ‘생물학적 여성’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 집단이 난민 수용을 반대한 것은 여전히 논쟁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는 현장에서 난민을 돕는 여성 인권 변호사의 존재가 ‘별종’ 같으리라.

전수연(40)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자신을 차별에 민감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다. 동시에 일선 현장에서 난민을 직접 만나고 돕는다. 그리고 그는 확신한다. 지배-종속 논리로 구조를 유지하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처할 수 있다. 이 약자는 어떤 때는 '여성'일 수도, 또 어떤 때는 '난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타인의 인권을 넓히는 일이 여성 인권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이다.

학비 비싼 로스쿨을 졸업한 뒤 월급 200만 원부터 시작하는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해 가까운 이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확신을 가지고 공익 분야에 몸담기로 결심한 데에는 '개인'보다는 '구조'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무참히 폭행 당해 죽은 사건을 계기로 생각하게 됐어요.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 여성은 대체 왜 한국까지 와서 죽어야 했을까. 개개인이 겪는 문제엔 사실 출신, 젠더, 계급 같은 구조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요."

이후 6년 동안 그가 만난 낯선 이웃의 모습은 우리의 일상만큼이나 복잡다단하다. 남편의 가정폭력과 여성 혐오 국가를 견디다 못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빠져나온 90년대 출생 여성, 이집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위를 하다 고문을 당하고 한국으로 향한 남성. 언제든 내쫓겨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은 한국 사회의 편견을 알기에 매사 조심스럽다. 이런 이들을 '위험하다'고 마음껏 규정하고 낙인찍는 것, 그 역시 권력이다. “제가 만난 이슬람 남성들보다 한국 중년 아저씨들이 더 가부장적인걸요.” 그가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낯선 이웃을 우리 공동체 안에서 꽃피우게 하는 ‘환대’야말로 오늘날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라 믿는 전 변호사를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허스토리가 발췌한 전수연의 말들

1. “구조를 만지고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2. “약자들도 존엄한 인격을 누리면서 살아가도록 싸우는 것이 제 일인걸요.”

3. “난민들에게 제발 한국으로 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4. “환대는 타인이 우리의 공간에서 꽃피우도록 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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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