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전략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원톱’ 체제다. 선거 구도 측면에서 높은 정권교체론에 밀리니 인물로 대결하자는 계산이다. 유권자들의 심판 대상이 된 민주당은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이 후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이젠 잘되면 이재명 공이고, 못 돼도 이재명 탓이다.
이 후보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메시지를 쏟아낸다. 현장에서 즉석 연설을 하고 일정 중간마다 유튜브 라이브도 진행한다. 달변인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소통에 능하다는 인상을 주자는 의도다. 하지만 과도한 메시지는 초점을 흐린다. 국민이 반대하면 기본소득도, 국토보유세도 안 한다고 했다가 그렇다고 꼭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는 식이다. 좋게 보면 유연이지만 나쁘게 보면 좌충우돌이다. 중도층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이재명이 지향하는 국정 철학과 방향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반대 전략이다. 정권심판 여론이 워낙 높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인물로 경쟁할 이유가 없다. 과거 진보 정부와 호남 출신 인사들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반문(反文)세력 결집이 대선 필승 공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의 정제된 메시지만 내는 것은 ‘설화(舌禍)’만 조심하면 된다는 확신에서다.
지금의 모습은 2012년의 박근혜 선대위와 오버랩된다. 그때도 김종인과 이준석이 대선 후보 옆에서 책사 역할을 했으니 10년을 돌고 돌아 제자리인 셈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단답형 발언으로 정책 역량과 내공 부족 비판을 피해갔다. 윤 후보도 전략ㆍ정책 등 큰 그림은 주변에 맡기고 자신은 현장을 찾아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다.
두 후보의 선거 운동 방식과 태도를 보면 대통령이 됐을 때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후보는 본래부터 ‘만기친람형’이다. 어려운 성장 과정은 자기 주도적 성향의 토양이 됐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과는 자신감을 강화시켰다. 모든 사안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그에겐 익숙하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르다. 혼자서 방대한 국정을 도맡아 하기는 애초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 독주와 독선의 그림자와 불안감이 어른거린다.
윤 후보는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연출될까 걱정이다. 물의를 빚은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의 단초는 “대통령이 되면 머리를 빌리겠다”는 거였다. 복잡다단한 국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유능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전제는 대통령 본인부터 국가를 이끄는 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철학과 비전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당대표 ‘당무 거부’ 사태의 발단은 ‘문고리 권력’의 전횡이었다. 지금도 막후 영향력은 여전히 윤 후보 캠프 측근들이 행사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호가호위하는‘비선 실세’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의회 경험이 없다. 구태와 기득권 정치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의회정치’를 경원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 후보는 다수 의석을 윽박질러 무리한 국정을, 윤 후보는 소수 의석의 한계로 ‘청와대 정부’를 밀어붙일 개연성이 높다.
국민이 걱정해야 할 것은 ‘비호감자들의 대선’이 아니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느냐를 더 걱정해야 한다. 권력 분점의 제도적인 장치를 요구해 이를 제1호 공약으로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