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한다고 한다. 2017년 SK㈜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한 뒤, 남은 지분 29.4%를 최 회장이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취득한 경위를 직접 소명하기 위해서다.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재벌총수가 직접 출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이는 그만큼 사안이 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주주가 회사와 함께 투자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는 국내외에 더러 있었지만 경쟁당국이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2016년 대만 훙하이 그룹과 궈타이밍 회장이 일본 전자회사 '샤프'의 지분을 공동 인수했다. 국제적으로 큰 이목을 끈 거래였지만, 양국 경쟁당국은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실트론 인수는 불과 한 해 뒤의 일이다.
이 사건에서 경쟁당국이 법적으로 문제 삼는 건 '사업기회 제공'이다. 사업기회 제공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은 2013년에 도입됐다. 15일 전원회의는 선례가 없는 사안에 대해 일종의 표준을 만들어 가는 자리여서 더욱 주목된다.
만약 공정위가 이 사건을 사업기회 제공으로 인정해 제재한다면 적잖은 혼란이 우려된다. 지배와 소유의 괴리 해소라는 공정위 기조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갈라파고스 규제'를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사건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앞으로 대주주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안 된다는 것인지, 가능하다면 요건은 무엇인지, 총수와 계열사가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경우는 문제없는지 등이 중요한 이슈다. 지분 소유만으로 '상당한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중 핵심이 되는 법리 문제는 대주주가 채권단 소유 29.4%의 지분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직접 취득한 것을 두고 '회사(SK㈜)가 대주주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이다.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 취득은 대주주의 책임경영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투자 없이 기업을 지배한다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 해소 차원에서 오히려 권장되어 온 것이 아닌가.
사업기회 제공 문제는 본래 경쟁당국의 관할 밖이었다. 이는 전형적인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이고, 회사법에서 다루는 이슈다. 우리 상법도 미국의 회사기회이론을 모방해 2011년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을 입법했다. 회사법상 이슈이므로 당연히 민사문제인데, 한국에서만 독점규제법에도 규정해 과징금을 부과할 행정법 문제임과 동시에 벌금과 징역형에 처할 형사법 문제로 다룬다.
경제행위를 제재할 때는 구체적으로 규제되는 행위의 해악을 규명해야 한다. 전례가 없는 사건인 만큼, 객관적 증거와 명확한 법리로 당사자에게는 물론 업계와 학계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