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최초로 보병 투스타… '지휘관의 꽃' 사단장은 언제쯤?

입력
2021.12.13 08:00
남성 위주 전투병과에서 여군 약진

군대 ‘유리 천장’이 또 하나 깨졌다. 9일 단행된 후반기 장성 인사에서 여군 최초로 보병 병과 투스타(소장), 공병 원스타(준장)가 탄생한 것. 남성 위주의 전투병과에서 여군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여군 사단장’ 배출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1만5,000~2만 명의 병력을 지휘하는 사단장은 육군 장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휘관의 꽃’이다. 그러나 여군 창설 70년이 지나도록 사단장은 나오지 않아 ‘금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여군 사단장 배출이 군내 성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여군 3명이 별을 달았다. 정정숙(54ㆍ여군 36기ㆍ보병) 준장이 소장으로, 강영미(50ㆍ여군 39기ㆍ공병), 강점숙(53ㆍ간호사관 29기ㆍ간호) 대령이 각각 준장으로 진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20년을 제외하고 여성 장군은 매년 3명 이상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전투병과 여성진출이 확대됐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2001년 간호장교 양승숙 준장이 여군 장성 시대를 연 이래, 2010년 보병 병과 송명순, 2011년 법무 이은수, 2018년 정훈 박미애, 2019년 정보 김주희 준장이 별을 달면서 간호 편중 현상도 점차 완화됐다. 특히 2019년엔 강선영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이 ‘첫 여군 소장’에 올라 여군 투스타 시대도 자리 잡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육군 주요 병과인 보병에서 여군 소장이 나오고, 남성 위주인 공병에서도 여군 장군을 처음 배출한 점에 견줘 질적 측면에서도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걸어서 전투하는’ 병과를 뜻하는 보병은 공격, 방어 등 지상 전투를 주도하고 모든 전투의 종결을 전담해 육군 내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 보병의 투스타 벽을 정정숙 전투준비안전단장이 뚫은 것이다. 정 단장은 앞으로 육군 부사관학교장으로 일한다.

공병 병과 강영미 준장의 진급도 고무적이다. 지뢰 등의 폭발물을 매설ㆍ제거하거나 특수 장비를 활용해 교량을 설치하고 전기를 복구하는 공병 특성상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무 특성상 협동과 단결심이 요구돼 지휘관 역할이 중요한 자리를 여군이 맡은 건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군본부 공병실에 근무하는 강 준장은 이번 인사로 5공병여단장으로 가는데, 행정보직이 아닌 전방 지휘관으로 배치돼 더 주목받고 있다.

다만 당장 1, 2년 안에 여군 사단장이 탄생하긴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단장과 같은 계급인 소장을 달아 가장 유력한 후보인 정 소장이 담당한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사단장급 지휘관’으로 간주되는 탓이다. 지휘관을 한 번 거쳤으니 인사 관례상 1년 뒤에는 정책부서 참모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임기제 진급으로 투스타가 된 정 소장은 2년 내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한다.

사단장이 보병, 포병, 기갑, 정보 등 주요 전투병과에서 배출되는 만큼 공병 병과인 강 준장도 사단장에 임명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군 관계자는 “현재 보병, 포병, 정보 병과에 여군 대령이 꽤 있다”며 “이들이 빠르면 3, 4년 뒤 소장 계급을 달 텐데, 그때쯤 최초의 여군 사단장 탄생을 목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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