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북한 제재, 종전선언 추진에 또 악재

입력
2021.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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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10일 북한에 대해 인권을 내세운 제재 카드를 꺼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경찰청장 격) 출신의 리영길 국방상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 주민에 대해 강제노동과 감시, 자유와 인권의 탄압 등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대북 제재는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맞아 중국 미얀마 등 세계 각국 10개 단체와 15명의 개인을 제재한 것 가운데 일부이긴 하다. 주목할 것은 북한에 줄곧 대화를 제안해온 바이든 정부가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사실이다.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석할 일은 아니나 전과 다른 대북 경고 메시지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대북정책 재검토 종료 이후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불필요한 자극은 피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제재를 하지 않으며 유화적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난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는 제재를 병행할 수 있다는 신호인 점에서 우려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다”라고 했다. 북한과도 대화를 모색하되 인권 문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인권 문제를 체제 안보로 여기는 만큼 침묵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전선언을 추진해 북미,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 정부로선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치 세력을 제재하는 것에 반대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보다 미국 내 정치, 대중국 갈등의 연장선인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북미관계에서 이런 가치와 이념을 과도하게 앞세우면 실용적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 이번 제재 문제가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게, 북미가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절제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