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의 강원FC 대역전극…벼랑 끝서 1부 잔류

입력
2021.12.12 17:20
22면
대전과 승강 PO…1차전 0-1 패배 이어 2차전 4-1 승리
리그 막판 합류한 최용수 감독, 극적 잔류 이끌어
최 "승강 PO 두 번 다신 하기 싫다…내년 목표 ACL"
부상 투혼으로 마지막 승리 이끈 한국영 
"다음 시즌엔 이런 상황 절대 안 만들 것"

강원FC가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K리그1(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2018년 FC서울을 잔류로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은 이번엔 강원을 잔류로 이끌며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최 감독은 "2선 선수들이 빨리 득점을 해줘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결과를 가져와서 너무 기쁘다. 선수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투혼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원은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지난 8일 승강PO 1차전에서 0-1 패배를 당했던 강원은 1, 2차전 합계 4-2로 대전을 제압하며 K리그1에 잔류했다. 첫판을 따내며 6년 만의 승격에 희망을 이어갔던 대전은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 시즌 내내 강원은 크고 작은 사고로 흔들렸다. 4월 팀의 에이스 고무열과 임채민이 역주행하던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겪으며 부상 이탈했고 8월엔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발생해 근 한 달간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팀은 K리그1 12개 팀 중 11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김병수 전 감독이 경질되고, 서울 사령탑을 지냈던 최 감독이 소방수로 등판했다.

최 감독 체제에서 강원은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전과의 승강PO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강원에겐 비겨도 지는 경기였다. 그런 강원을 대전은 초반부터 매섭게 몰아쳤다. 대전은 전반 16분 박스 바깥 쪽에서 열린 기회를 얻은 이종현이 중거리 슛을 때렸고, 빨랫줄처럼 골문 오른쪽 모서리로 빨려들어갔다. 1차전에 이어 리드를 잡으며 대전이 먼저 앞서갔다. 승격이 가까워진 듯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강원의 반격은 그야말로 폭격이었다. 전반 26분, 27분, 30분 연이어 골이 터졌다. 첫 골은 김대원의 발끝에서 나왔다. 상대 스로인 상황에서 강원이 공을 빼앗았다. 김대원은 순간 스피드로 대전 수비진을 돌파한 뒤 골문 앞에 공을 밀어 넣었다. 공은 수비 이지솔의 발을 맞고 골키퍼 다리 사이로 들어가 골문을 갈랐다.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골이 터졌다. 김대원이 올린 코너킥을 임채민이 헤더로 바닥에 꽂아 역전골을 만들었다. '강원의 심장' 한국영은 잔류를 예감하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박스 바깥 쪽에서 서민우가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지자 한국영이 돌진해 공을 낚아챘고 순간 그를 둘러싼 수비 3명과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후반 들어 강원은 최 감독 특유의 탄탄한 3백 수비로 골문을 걸어 잠갔다. 다급해진 대전은 라인을 올렸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바이오의 날카로운 슈팅도 이광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교체 투입된 강원 황문기는 후반 추가시간 중거리포를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를 마친 뒤 최 감독은 "1차전에서 지고 난 뒤 '2부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공기들이 저희를 괴롭혔다. 정말 피를 말렸다. 이런 경기(승강PO)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돌아봤다. 내년의 목표는 파이널A 진출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로 잡았다. 그는 "지금 전력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남은 기간 이영표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암시했다.

이날 부상 투혼을 보여준 한국영은 "선제골을 먹고 당황하긴 했지만 5초 남겨도 들어가는 게 골이다. 간절하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은 2부에 떨어져선 안 되는 팀이다. 1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너무 힘들었는데, 이겨내려고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시즌에는 이런 상황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한편 전날 전남 드래곤즈는 대구FC를 4-3으로 꺾고 FA(대한축구협회)컵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2에서 FA컵 우승이 나온 것은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내년에 나가게 된 ACL에서도 오늘의 결과가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릉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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