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화물차가 전복돼 최소 5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9일(현지시간) 발생했다. 해당 차량의 탑승자는 100여 명이었는데, 모두 빈곤을 피해 미국에 밀입국하려던 중남미인들이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주(州)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치아파스주는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이주민들으 주요 경유지 중 한 곳이다.
문제의 화물차는 이 고속도로 커브 길을 돌던 중 중심을 잃었고, 근처에 있던 철제 육교 하단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루이스 모레노 치아파스주 민방위청장은 "화물차가 과속하다가 육교 하단과 부딪힌 뒤, 짐처럼 실은 사람들 무게 때문에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생존자도 "커브 길을 돌 때, 차량 안의 사람들이 모두 한쪽으로 쏠렸다"고 전했다.
이 차량 안에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출신의 이민자 107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최소 54명이 숨졌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한 남성은 시신들에 깔려 얼굴만 내민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남성은 도로 바닥에 누운 채 눈만 간신히 깜박이고 있었다고 구조 요원들은 증언했다. 일부 이민자는 당국에 적발될 것을 두려워해 피를 흘리며 현장에서 도망치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밀입국 알선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멕시코 남부 국경에서 중부 푸에블라까지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이주 행렬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가난과 범죄 집단의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월에는 트럭 6대에 나눠 탄 미국행 중남미 이민자 652명이 당국에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8일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숨진 인원이 총 650명이라고 밝혔다. IOM의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이래 연간 최다 사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