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사망'에 당혹스러운 이재명 "檢, 몸통 두고 주변만 문제 삼아"

입력
2021.1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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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혐의 언급하는 대신 "특검 추진"
지지율 상승 국면 속 '돌발 악재'란 인식
'국민의힘·윤석열이 몸통' 구도 전환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대장동 비상등'이 다시 켜졌다. 10일 검찰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검찰 수사로 잠잠하던 대장동 의혹이 대선의 블랙홀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특검 도입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가 서로 달라 원내 협상에 좀처럼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공방이 장기화할수록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를 자처한 이 후보의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책임론' 소환에 조심스러운 민주당

유 전 본부장의 소식은 '이재명 책임론'을 재소환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도공 내에서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이은 2인자로 꼽혀 왔다. 그가 황무성 전 사장을 사퇴하도록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민간 사업자 김만배씨 등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그의 진술에 따라 이 후보 등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이 후보가 '관리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민주당의 대응은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선대위는 유 전 본부장 소식이 전해진 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이라며 선공을 날린 것에 대해서도 대응을 삼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약 한 시간 뒤에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하자"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이재명 "엉뚱한 데 건드려서 참혹한 결과"

이 후보는 대신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경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수천억 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그런 것을 제대로 조사 안 하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아니라 '주변'인 자신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가 말하는 '몸통'은 국민의힘을 지칭한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대한 불법 대출을 알고도 이를 덮은 게 대장동 의혹의 단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과 관련된 '50억 클럽'의 실체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 컨소시엄에서 유독 화천대유가 거액의 개발이익을 차지한 배경 등을 특검으로 밝히자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어찌 됐건 다시 '대장동의 늪'으로

이러한 국면 전환 시도가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몸통'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은 앞서 '대장동 반성'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장동 의혹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선대위에선 다시 '대장동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를 만났다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가 대선에 좋을 게 없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