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방탄소년단, 데뷔 8년 만 개인 SNS 만든 이유

입력
2021.12.13 09:17

그룹 방탄소년단이 데뷔 8년 만에 완전체 행보를 깼다. 멤버 전원이 개인 SNS를 개설한 것이다. 데뷔 후 줄곧 '7인 완전체' 행보를 고집해왔던 이들의 변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방탄소년단은 지난 6일 데뷔 첫 멤버별 개인 SNS 계정을 개설하고 팬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들의 개인 SNS 개설 소식은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화제 속 멤버 전원의 계정은 개설 하루 만에 1,5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돌파했다. 특히 뷔의 경우 계정 개설 43분 만에 100만 팔로워, 28시간 만 2,000만 팔로워를 돌파하며 세계 최단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3일 현재 RM의 팔로워는 2,180만 명, 진은 2,212만 명, 슈가는 2,176만 명, 제이홉은 2,181만 명, 뷔는 2,535만 명, 지민은 2,304만 명, 정국은 2,393만 명의 팔로워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인 팔로워 수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 SNS 개설 이후 관심이 쏟아졌지만, 예기치 못한 잡음도 뒤따랐다. 뷔가 SNS 개설 직후 블랙핑크 제니의 SNS를 팔로잉했다가 취소한 것이 팬들에게 포착되면서다. 이후 뷔는 제니의 팔로잉을 취소했고 팬 커뮤니티를 통해 이것이 실수로 인한 해프닝임을 시사하는 짧은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뷔와 제니는 때아닌 열애 의혹에 시달려야 했으며 제니의 경우 일부 방탄소년단 팬들에 의해 SNS가 악플로 도배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이는 인기 그룹 멤버들이 개인 SNS를 개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광경이다. 멤버 각각의 자율성이 늘어난 만큼, 각 계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해프닝조차 본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부풀려지기 쉽다는 것이다.

뷔 역시 이로 인한 파장을 의식한 듯 빠른 대처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나흘째 두 사람에 대한 각종 추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 SNS를 개설한 이상 뷔와 비슷한 해프닝은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멤버들 역시 계정 개설 전 이같은 상황을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이 개인 계정 개설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간 그룹의 인지도를 쌓은 뒤 멤버별 개인 SNS를 개설한 그룹은 많았지만, 방탄소년단은 활동에 있어서도 독자노선을 지향하지 않았던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번 SNS 개설은 더욱 눈길을 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국내외 음악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상황에서 이제 멤버별 개인 소통이 '팀의 분열'보다 '긍적적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확신이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이미 일련의 '클래스'에 도달한 상태에서 개인 SNS 개설이 멤버들 간의 불필요한 인기 경쟁이나 팬덤 분열을 조장하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 셈이다.

향후 방탄소년단은 개별 SNS를 통해 팬들과 보다 밀접하고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며 유대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식 SNS에서도 이들의 활발한 소통이 돋보였지만, 개인 계정 개설 이후에는 보다 인간적이고 소탈한 각각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빅히트 뮤직 관계자 역시 "아티스트로서의 개성 표현 및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위해 개인 SNS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앞서 '2021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품에 안았던 방탄소년단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우리가 열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예고한 '새 챕터' 역시 이번 행보와 꽤나 맞닿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멤버 각각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이전과는 또 다른 다채로운 시도를 거듭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궁금증은 개인 SNS 개설이라는 행보가 향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개인 활동으로 이어질까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가 사실산 무산된 가운데, 멤버 중 맏형인 진이 내년 말 입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지고 이다. 진의 입대로 또 한 번의 새 분기점을 맞게 될 이들이 데뷔 첫 공식 개인 (또는 유닛) 활동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물론 개인 SNS 개설과 관련지어 이후의 행보를 섣불리 전망하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방탄소년단이 새롭게 택한 행보가 분명 이들에게 유의미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방탄소년단이 그리는 '다음 챕터'는 무엇일지, 궁금증과 기대가 함께 모인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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