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팀 이탈 논란’을 벌인 조송화(28ㆍIBK기업은행)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했으나 징계 결정을 보류했다. 구단과 선수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KOVO가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구단과 조송화 간 치열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게 됐다.
KOVO는 10일 서울 마포구 KOVO 사무국에서 ‘조송화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귀책 사유가 구단과 선수 중 어디에 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KOVO는 “‘선수 의무 이행’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의 소명 내용에 엇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또 수사권이 없는 상벌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징계를 보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필요에 따라 다시 상벌위를 소집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기업은행과 조송화 두 당사자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오전 변호사 두 명과 상벌위에 참석한 조송화는 “무단이탈이 아닌 부상에 따른 휴식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조송화 선수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면서 “구단도 다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맞섰다.
“뛰고 싶다”는 조송화와 “우리 팀에선 뛸 수 없다”는 기업은행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구단은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조송화를 자유신분선수로 공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잔여 연봉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KOVO 상벌위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은행과 조송화는 법적 다툼을 통해 ‘귀책 사유’를 가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프로배구 선수 계약서 23조 ‘계약의 해지’ 조항에 따르면 구단의 귀책 사유로 본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잔여 연봉 전액을 지급하고, 선수의 귀책 사유로 해지되면 계약 해지일 전 최종 연봉 지급일 다음날부터 계약 해지일까지의 일수에 연봉의 365분의 1을 곱한 금액만 지급한다. 조송화는 지난 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했다. 구단의 귀책 사유로 결론 나면 기업은행은 조송화에게 2021~22시즌 잔여 연봉은 물론, 2022~23시즌 연봉까지 지급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귀책 사유가 조송화에게 있다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프로 구단이 ‘임의해지’를 징계 수단으로 썼다.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되면 구단은 연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해당 구단이 임의해지를 해제하기 전까지 선수는 다른 팀과 계약할 수도 없다. 임의해지 절차도 비교적 단순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선수 권익 신장을 목표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KOVO가 권고를 받아들여 9월 16일 임의해지 규정(제52조)을 개정하면서 구단이 임의해지를 징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 11월 22일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송화를 임의해지 하기로 했다”고 공지하며 KOVO에 ‘조송화 임의해지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KOVO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문을 반려했다. 기업은행은 조송화에게 서면 자료를 요청했지만 조송화는 신청서 작성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