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안 할 것"... 美와 엇박자

입력
2021.12.09 22:57


프랑스가 내년 열리는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이른바 오커스(AUKUS) 동맹과 다른 길을 가는 셈인데, 프랑스가 오커스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는 관측과 더불어 차기 올림픽인 2024년 파리하계올림픽 개최국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장 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체육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BFM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면서 블랑케 장관은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에 교육부 산하 록사나 마라시네아노 교육부 산하 체육 담당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미국 등이 잇따라 주장하고 있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공식적 선언과 다름 없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일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자치구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과 함께 영미권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5개의 눈)’를 구성하고 있는 영국ㆍ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 등은 잇따라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장이브 로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가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이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미국이 영국ㆍ호주와 맺은 오커스에서 배제되면서 EU의 공동 행동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에둘러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는 오커스 발표 이후 호주와 맺었던 잠수함 계약이 무산되는 등 간접적 피해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2026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이탈리아도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차기 하계올림픽 개최국의 지위에 부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랑케 장관은 이날 스포츠는 그 자체의 세계이기 때문에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우리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최국으로서 올림픽 가족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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