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정답 처리 효력 정지

입력
2021.12.09 16:49
"정답 효력 유지 시 그에 따른 성적표 받아
대입에도 영향 줘 '금전 회복' 안 되는 손해"
"신속 본안 심리로 대입 일정 지장 최소화"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9일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평가원이 11월 29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은 1심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본안 소송 확정 시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재판부는 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만 멈추기로 결정했다.

올해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92명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출제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란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처분의 효력을 잠시 멈추는 조치를 뜻한다.

재판부는 “정답 효력이 유지될 경우 신청인들은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 과목 등급이 결정된 성적표를 받게 되고, 이를 기준으로 2022학년도 대입 수시 및 정시 전형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며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효력 정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효력 정지 시 생명과학Ⅱ 과목의 성적 통보가 지연되고, 대입전형 일정에 지장을 줄 수 있기는 하다”면서도 “신속한 본안사건 심리로 대입전형 일정에 대한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과 별개로 해당 문항에 실제 출제 오류가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가려지게 된다. 이 역시 같은 재판부인 행정6부에서 맡는다. 본안소송의 첫 변론은 10일 열릴 예정이다. 오는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입 전형 일정을 고려해볼 때 이달 안으로 결론이 나올 공산이 크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은 특정 집단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문제에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어 문항 자체가 오류라고 주장한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