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임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원 춘천 출신인 홍 부총리는 내년 6·13 지방선거의 강원지사 후보군으로 꼽혀 왔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15일까지 부총리직을 내려놔야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내년 5월 9일)까지 자리를 지키는 '순장조'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로부터 내년 경제 정책 방향을 보고받으면서 “경제 성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분배지표 개선도 지속되고 있어 혁신과 포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칭찬했다. 이어 “흔들림 없이 역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홍 부총리는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여권에서는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로, 문재인 정부에 성실하게 복무한 홍 부총리에게 문 대통령이 ‘제2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사령탑을 비울 수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 몇 개월의 경제부총리’를 구하기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다시 치르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취를 고민하던 홍 부총리가 최근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스스로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설도 오르내린다. 홍 부총리의 거취가 정리되면서 유 부총리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시각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청소년 백신 접종과 전면 등교를 담당하는 교육부 장관 교체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홍 부총리는 9일 내년 경제 상황과 관련해 “올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상황의 지속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다”며 “내년도에도 소비, 투자, 수출의 고른 증가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공급망 차질, 주요국 통화 정책 변동 등을 경제 상황의 변수로 꼽은 뒤 “방역상황 안정에 최선을 다하면서 경기 반등 폭을 극대화하고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관계부처가 함께 총력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설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해 별도 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