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완성차 업계의 자구 노력에 힘입어 일단 추가 악화 흐름에선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 회사들이 수익성 적은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 확충에 여전히 소극적이고, 반면 전기차 전환 가속화로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여서 내년에도 수급 불균형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의 ‘리드타임(Lead time·발주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12, 13주에서 올해 8월에 21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다만 8월 이후부터는 9월 21.8주, 10월 21.9주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북미 생산공장 전역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수급 불균형 문제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생산기지가 밀집한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대거 중단됐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중순 이후 백신 보급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대체 소재를 발굴하거나 아예 일부 반도체를 빼고 차량을 출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추가 악화는 일단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올해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한 일부 편의사양(옵션)을 제외하는 대신 출고가를 낮춰 판매하는 ‘마이너스 옵션’을 인기 모델에 대거 적용했다.
다만 내년에도 상황이 호전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반도체업체 입장에선 차량용 반도체의 시장 규모나 수익성이 여전히 낮아 생산능력 확충에 적극적이지 않다.
반면 자동차에 첨단 전자장비가 적용되는 전장화와 전기차 전환 가속으로 차량 1대당 반도체 소요량은 향후 5년간 연평균 7%씩 증가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비해 공급 능력은 계속 모자랄 가능성이 높은 실정인 것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달 18일 미국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파운드리)인 글로벌 파운드리와 반도체 개발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GM도 네덜란드 NXP반도체와 제휴를 맺고 공동 개발 및 생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제품 개발에만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등 실제 차량용 반도체 물량이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식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내년 차량용 반도체 물량은 연간 단위로 발주해 수급 안정성을 최대로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