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2022년 목표는 '활공'" (인터뷰)

입력
2022.01.01 15:31

배우 안희연이 고된 청춘의 성장 과정을 현실감 있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도, 배우 본인도 각자의 상처를 치유받았다.

안희연은 최근 본지와 만나 JTBC '아이돌'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전했다. 먼저 안희연은 드라마를 정리하며 "시원섭섭함"을 꼽았다. 촬영 내내 힘들었지만 함께 한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기에 헤어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룹 활동에서 솔로로, 또 다시 그룹을 만난 안희연은 "오랜만에 '우리' 안에 있다가 다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느낌이다. 겪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안희연 "실제 아이돌 경험이 드라마보다 비참"

안희연이 분한 제나는 1등과 해체, 아이러니한 목표를 안고 달려가는 인물이다. '망돌'(망한 아이돌)로 불리며 해체 위기에 놓인 코튼캔디가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하길 바라며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코튼캔디의 서사는 EXID의 역주행 현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안희연은 "경험했기에 더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어려웠다. 30살이지만 17살 때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극중 아파트 행사를 끝내고 홀로 우는 장면에서 안희연은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실제로 아이돌 활동하면서 더 이상하고 비루한 행사들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현실이 더욱 비참했기 때문에 극중 에피소드는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안희연에게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아이돌, 평생 직장 아냐

많은 이들이 아이돌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희연은 "시작할 땐 몰랐는데 끝이 있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끝이 존재한다. 평생 직장이 아니다"라면서 신념을 드러냈다. 작품 에필로그에서 코튼캔디가 아닌 음악 프로듀서 김제나의 소개가 담겼기 때문일까. 안희연과 제나는 꽤 닮아 있었다. 안희연은 "이 작품을 통해서 그때의 나를 위로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제나는 저의 과거와 닮았어요. 타인을 위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하는, 위선적인 면이 비슷해요. 그릇된 믿음, 이상적인 면이죠. 극중 제나는 '우리'를 엄청나게 강조해요. 저도 우리는 항상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나보다 우선이 되어버리면 조금 위험해요. 모든 우리가 좋을 순 없어요."

과거와 달라진 지금의 안희연은 조금 더 생각을 분리하게 됐다. 환경의 변화도 좋은 초석이 됐다. 자신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는 연습을 거듭했고 인생에서 스스로에 초점을 두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EXID 멤버들의 도움도 컸다. 정화와 솔지 혜린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안희연을 응원했다. 또 함께 촬영하는 코튼캔디 멤버들에게도 의지하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 고통을 이겨냈다.

EXID 역주행? 세상 달라지는 기분이었지만 불안감 컸다

EXID로 역주행을 경험했던 안희연은 코튼캔디의 활동에 여러 감정을 느꼈다. 당시를 두고 안희연은 "눈을 감았다 떴는데 세상이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잠깐 좋았고 바로 불안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더 길게 좋아할 걸"이라 고백했다.

극중 깊은 감정신에 안희연은 때론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절로 났다며 "배우들에게 서로 보지 말자고 했다. 너무 애틋해졌다. 제가 대본의 80%에 나온다. 계속 현장에서 쉬는 날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곽시양 오빠에게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당당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까지 인정하게 돼

안희연에게 '아이돌', 더 나아가 '망돌'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대본이 가진 따스한 힘에서 안희연은 위로를 받았단다. 힘이 있고 감정이 있는 이야기기에 자신의 지난 시간들, 상처를 헤집을 수 있겠다는 각오를 받았다. 자신에게 '아이돌'은 선물로 남았다. EXID 활동들을 제대로 직면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안희연은 "EXID 자체 제작 콘텐츠를 봤다. 사실 예전에는 너무 보기 힘들었다. 그 안에서 제가 너무 못나 보였다. 예능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고 전전긍긍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봤다. 팀 안에서도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게 너무 보였다. 보면서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다. 그런 나의 과거를 이젠 예쁜 마음을 볼 수 있다. 저 나이에 충분히 그럴 만 했다"고 자신을 인정했다.

다만 '아이돌'은 0%대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안희연은 높은 시청률이나 배우로서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아이돌'을 선택하진 않았기 때문에 저조한 성과에 흔들리지 않았다.

2022년, 안희연의 목표는 '활공'이다. 지난해, 준비 단계를 거치고 비행할 준비를 마쳤다. 안희연은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는 게 익숙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직업이다. 그동안 무시했던 내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려 한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다졌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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