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 산업계는 탄소감축 ‘5중고’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9일 타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산업 탄소감축 여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 산업계가 5중고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전경련이 지목한 5중고는 △제조업 중심의 불리한 산업구조 △짧은 감축기간으로 인한 높은 감축 부담 △주요 업종의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감축 기술 수준 열위 △재생에너지ㆍ그린수소 경쟁력 부족 등이다.
전경련은 우선, 한국의 제조업 및 탄소 다(多)배출 업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산업구조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기준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과 탄소다배출 업종 비중이 각각 28.4%와 8.4%로 주요국(G5) 평균 제조업(14.4%)과 탄소다배출 업종(4.2%)에 비해 약 2배 높다. 제조업 등 분야에서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워 생산량 감소나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통해서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경제 위축 및 일자리 감소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G5에 비해 짧은 탄소 감축기간도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인데, 독일(1990년), 영국ㆍ프랑스(1991년), 미국ㆍ일본(1996년)에 비해 18~24년 이후다. 우리나라는 감축 시한으로 잡은 2050년까지 주요 국가들에 비해 20년가량 더 짧은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해,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ㆍ폐자원 에너지화 기술,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포집ㆍ이용ㆍ저장 기술(CCUS) 등 탄소감축 기술 개발이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0% 수준인 점,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안정성이 주요 42개국 중 최하위인 점 등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또, 한국이 철강, 정유 업종 등의 기술 및 설비 수준이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지녀 추가적인 탄소 감축 여력이 매우 적은 점도 문제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전경련은 5중고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감축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 강화 및 원전 활용 확대 등 2030 NDC 현실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