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방역패스 논란에서 쏙 빠진 '학교 밖 청소년'

입력
2021.12.10 10:45
학교 빼곤 PC방 등 출입 막는 방역패스 
학교 밖 청소년 현황 파악·지원은 뒷전


'청소년 방역패스 내년 2월 시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논쟁에서 사라진 청소년들이 있다. 바로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최소 4만 명 수준에 이르는 이들에 대한 접종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교육부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오는 13~24일은 청소년 대상 '집중 접종 지원 주간'으로 지정되어 있다. 겨울방학 이전, 최대한 백신을 많이 맞히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그런데 기본 운영 방식은 '학교' 단위 접종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자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방역패스 시행되면 학교 밖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2월 1일 청소년 방역패스가 시작되면 접종을 맞지 않은 12~18세는 학교를 제외한 식당·카페·학원·독서실·도서관·PC방 등을 이용할 수 없다. 방역패스가 학교를 빼곤 대부분 장소에 출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조치라 방역패스의 체감도는 학교 밖 청소년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정부와 이들 간 거의 유일한 연결 통로는 여성가족부가 운영 중인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다. 검정고시 준비 등을 도와주는 곳으로 전국 지자체별로 220개가 있고 연간 4만~4만5,000명의 아이들이 센터의 지원을 받는다. 그나마 이곳을 다니는 아이들은 센터가 발송하는 방역패스 관련 안내 문자를 받을 수 있다.

위기청소년 관리는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 상태

센터 관리 밖에 있는 아이들은 정보를 전달받거나 목소리를 낼 창구도 없는 셈이다. 가출 등으로 어느 곳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위기청소년을 발견하는 '아웃리치'도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활동이 멈춰 있다.

센터 역할도 정부 지침을 알려주는 수준일 뿐, 학교 밖 청소년들이 얼마나 코로나19에 걸리는지, 이들의 접종 완료율은 어느 정도인지 현황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도별 주기적 10대 확진자 통계는 교육부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만 대상으로 낸다.

03년생 강은하(가명·18) 양은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센터 도움도 받은 덕에 2차 접종까지 끝냈지만 정부 조치는 아쉽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백신 효과, 방역 정책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학생 위주로 돌아가니까 학교에 안 다니는 나는 백신을 맞지 못하는건가 걱정했던 적도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빠르고 정확히 정보를 줘서 나이로만 동등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백신 정보 사각지대 놓이지 않게 해야

앞서 수능을 앞둔 지난 7월 고3 우선접종을 시작할 때는 학교 밖에서 대입을 준비 중인 청소년도 동등하게 지원을 하겠다며 질병관리청과 여가부가 협조해 이들을 위한 별도 접수 창구를 마련한 바 있다. 청소년 방역패스 시작 시점이 내년 2월이고 1, 2차 접종 간격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에는 1차 접종을 해야 한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중앙운영기관 관계자는 "접종 권고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라는 공고를 각 센터에 두 차례 내려보내긴 했지만, 우리가 전국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의 연락처를 확보한 게 아니라서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도 있다"며 "늦기 전에 질병관리청이 긴급 우선접종이든, 더 적극적인 교류든 최소한 학교 밖 아이들도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