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평론 재개를 시사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발전도상인'으로 규정하며 "지금 평가할 때는 (과거 전력보단) 지금의 상태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유 전 이사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마련한 대선 특별기획에 출연해 이 후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먼저 정치평론 재개 의사를 밝혔다. '정치평론을 안하겠다'는 과거 선언에 대해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 그때 사고도 좀 있었고 감당이 안돼서 그랬다"며 "한 1년 반 넘게 쉬고 나니까 다시 기운도 좀 난다"고 말했다.
한 TV프로그램과 정치평론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방송국에서 공개해야 제가 이야기를 한다"면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의 전과와 구설수들에 대해 "흠이 아닌 상처"라고 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빗대며 "우리도 발전도상국 시절과 그 이전엔 독재, 부패, 인권유린, 학살의 역사가 많았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지금은 상당히 훌륭하다"며 "과거에 훌륭하지 않았다는 게 대한민국의 흠인가, 상처죠"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얘기다. 다만 "음주운전은 잘못한 것이니까 사과를 여러번 한 것"이라고 예외로 두었다. 다른 사건들은 "굉장히 열악한 과정에서 생존에 몸부림치며 살아오다보니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장동은 "100% 민영화에 비하면 잘한 일"이라며 "개발이익을 다 못 가져왔다고 법을 만든 사람들이 지금 와서 그러는 건 정치가 아레나의 검투장 같은 면이 있다고 해도 낯 뜨거운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진행자가 '작가님(유 전 이사장)은 그리 이해했으나 여론조사는 비호감도가 높다. 달리 이해하는 국민이 많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하자, "어떻게 극복하나. 과거사는 극복이 안 된다"며 "사실을 인정하고 왜 그랬는지 얘기하고 지금은 안 그렇다는 걸 다른 방식으로 납득할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과오가 있더라도 이 후보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이 후보에 대해 '감정조절에 하자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 것에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학습능력과 자기발전 능력을 제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정정했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리 느꼈을 텐데 판단을 뒤집어도 될 만큼 뒤에 다른 모습이 나왔다"며 "그게 '발전도상인'으로 규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두 사람 간의 일화를 일부 공개하며 "이 후보는 유일하게 모질게 얘기를 해도 얼마 안 지나서 다시 연락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가 옳으면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쓴소리 해달라고 해서 했다가 관계가 파탄난 적도 많은데, 이 후보는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라 괜찮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전 국민 긴급재난금 지원에 관한 이 후보의 태도는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합리적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일관된 태도"라고 달리 판단했다. '당선 직후 효과를 보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니 밀어붙였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대하고 당내에도 이견이 있으니 무리하게 싸울 수 없어서 일단 철회하고 여건이 될 때에 다시 꺼내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표와 과제를 설정하고, 시간표를 짜고, 현실 여건이 안 되면 한 발짝 물러선 다음 권한을 확보했을 때 밀어붙이려 밑자락을 까는 게 바로 '행정가 이재명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게 시장으로서, 도지사로서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본다"고도 강조했다.
이 후보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관해 사과한 것은 "당연히 할 수 있고, 그 정도 얘기도 못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타인에 대해 도덕적 비판이나 정책적 비판을 선명하고 강력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그것과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더 많은 비난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도 그 지점을 짚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기를 그렇게라도 비판적으로 보고서라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