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인형' 1분 영상 하루 종일 보던 학생, 올겨울 왕자로 무대에

입력
2021.12.09 16:50
11면
2년 만에 돌아온 송년 대표 공연 '호두까기인형'
왕자 역 새로 맡는 국립발레단 김명규 인터뷰
"관객은 물론 무용수도 설레는 작품이라 기대"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의 대표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인형'을 처음 보고 완전히 매료됐어요. 왕자를 연기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1분 솔로 영상을 하루 종일 돌려 보며 표정과 동작을 따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꿈을 키웠던 소년이 올겨울 그 무대에 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 만에 돌아온 '호두까기인형'에서 왕자 역을 처음 맡게 된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김명규(33)의 얘기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매년 겨울 찾아오는 '호두까기인형'은 관객분들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에게도 설레고 기다려지는 작품"이라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3년 전 인터뷰(“발레, 어렵지 않아요” 유튜버로 변신한 발레리노)에서도 꼭 해보고 싶은 역할로 이 호두까기 왕자를 꼽았던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호두까기인형은 연말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대표 발레공연이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 처음 전설적인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무대를 선보였고, 이후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2년 만의 공연이라 관객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연습 내내 주인공 마리를 지켜주는 동화 속 듬직하고 순수한 왕자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올해 '해적'에서 안정적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그는 "그동안 맡은 역할은 캐릭터가 강하고 돌고 뛰는 테크닉이 많았다"면서 "그런 습관에서 벗어나 표정, 걸음걸이, 팔동작처럼 사소한 것부터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왕자를 표현하려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연습 초반에는 여성 무용수를 들어올리는 고난이도 파드되(2인무) 리프트가 많아 부담도 느꼈다. 하지만 그는 "파트너와 개인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점점 호흡이 잘 맞아가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생각한 명장면은 1막에서 마리와 왕자가 함께하는 '스노 파드되'다. 김명규는 "모든 장면이 좋지만, 특히 이 장면의 음악은 혼자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고 추천했다. 다만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해서 직접 춤을 추는 무용수로서는 '좋으면서도 얄미운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목표는 일명 '믿보'(믿고 보는) 발레리노다. 세 번의 정강이 골절을 겪었던 터라 몸 관리를 잘해서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는 발레리노라는 평을 듣는 게 바람이다.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에게 그는 "제가 준비하며 행복했던 만큼 관객분들도 객석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좋은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올해 '예술의전당&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공연은 단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일부 공연(총 8회)이 취소되면서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