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을 줄지어 세운 듯, 알록달록한 벽돌을 쌓은 듯, 가지런히 정렬한 상자들의 정체는 화물 컨테이너입니다. 지난 7일 국내 한 컨테이너 터미널을 찾았습니다. 기다란 막대를 요리조리 끼워 맞추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오와 열'을 맞추고 있는 컨테이너들은 우리나라 무역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11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604억4,000만 달러로, 무역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56년 이래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쌓기 놀이처럼 보이는 이 컨테이너들이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수출입의 얼굴'이라니, 왠지 더 예쁘고 소중해 보이네요.
그런데,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어떻게 이렇게 반듯하게 쌓아둘 수 있는 걸까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격이 그 해답입니다. 물론 규격 외 '스페셜 컨테이너'도 있긴 하나, 대형 화물 컨테이너의 경우 일반적으로 길이에 따라 '1TEU'와 '2TEU' 두 종류가 있습니다. 1TEU는 길이가 20ft(약 6m), 2TEU는 40ft(약 12m)이고, 최대 적재량을 채웠을 경우 무게가 각각 약 24t, 40t에 달한다고 합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에선 성냥갑처럼 보일지 몰라도 지상에서 직접 마주한 컨테이너, 그리고 그 컨테이너가 무수히 쌓여 있는 야드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이날 안전을 위해 형광색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터미널 관계자의 인솔을 받아 야드를 둘러봤는데요, 대형 크레인이 수십t의 컨테이너를 수시로 들어 옮기는 데다 쉴 새 없이 트레일러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절로 간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마치 테트리스 게임처럼, 컨테이너를 쌓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터미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터미널마다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어 공통적으로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다만, 운영부서의 판단하에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이적한다고 합니다. 가령, 선박이 정박해 있는 부두 쪽에는 먼저 선적할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식입니다. 선박뿐 아니라 외부 트레일러를 통해서도 반입ㆍ반출되는 물량이 상당한 만큼 그 동선을 고려해서 이적 작업을 하게 됩니다.
터미널은 야드에 쌓인 컨테이너를 수입, 수출, 공 컨테이너로 분류한 뒤 블록(베이) 단위로 그룹화해 관리합니다. 다만, 컨테이너에 든 내용물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오직 세관의 몫입니다.
이렇게 야드에 컨테이너를 쌓아두려면 정해진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터미널의 매출이 여기서 나오는데요, 크게 하역료, 이적료, 보관료로 구분해 책정하고 구체적인 요율은 터미널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터미널을 나서는 길, 입구에선 전국 각지에서 온 대형 트레일러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들이 줄줄이 터미널을 빠져나가느라 분주했습니다. 마치 우리 몸속의 혈액처럼, 알록달록한 테트리스 상자들은 이 순간에도 전 국토를 돌고 돌며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