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 "10대 동물뉴스, 이래서 선정했다"

입력
2021.12.15 11:00
14면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 있게 전달합니다.

한국일보 동물 뉴스 1인랩 애니로그의 10대 뉴스 선정에 도움을 준 5명의 전문가들로부터 각 이슈를 고른 이유를 들어봤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43년 끌어온 개 식용, 이제 끝내야"

"개 식용 문제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국민보건을 위협해왔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개가 제외된 1978년 이후 43년 만에 정부가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건 의의가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의 반성 없이 해묵은 사회적 합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실망스럽다. 개 식용 종식은 합의 사안이 아니라 이미 있는 법을 시행하고, 관련법을 제정하면 된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칭)의 결과를 시민들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사육곰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육곰들은 3.3㎡ 남짓한 철장에 갇혀 죽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육곰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빚어진 곰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한 대안으로 생크추어리(보호시설)가 꼽힌다. 농장주가 포기한 곰들을 돌보며 생크추어리를 준비 중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 활동하면서 사육곰의 현실을 알린 올해는 특별했다. 지속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분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삶을 갇힌 채 살아갈 사육곰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수족관 고래, 사람이 풀어야 할 책임"

"자의식이 있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사는 고래류는 수족관에서 사육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종이다.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를 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에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래들을 보호하는 생크추어리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해양수산부에서 돌고래 보호시설 예산 마련을 추진했으나 전액 삭감됐다. 애초에 잡아 가두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남은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가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숙제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코로나19, 야생동물과의 접점이 불러온 위험"

"우리는 야생동물과의 접점이 불러올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결과인 코로나19를 2년 동안 경험하고 있다.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한 지역 대부분의 동물을 살처분해야 하는 현재의 축산 행태, 야생동물 거래와 사육 등 인간은 동물과 적절한 거리를 무시함으로써 종간 감염과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했다. 위험에 맞선 인간과 동물 중 더 취약한 쪽은 당연히 동물이다. 질병의 피해자가 아니라 바이러스 그 자체나 매개체로 간주되어 제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재언 동자연 법률지원센터 변호사 "민법 개정 토대로 동물 관련 법 바뀌길"

"민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동물은 물건이었다. 이에 각계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입법 운동을 수십년 동안 해왔고 드디어 올해 민법 개정이 이뤄졌다. 헌법 개정이 아니라 민법 개정이라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법의 기본이 되는 민법 개정을 토대로 동물보호법, 야생생물법, 동물원수족관법 등 동물과 관련된 여러 법들이 개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본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