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란 작품으로 많은 곳에 알려지다보니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혼란해졌다. 이 작품은 내가 자제력을 갖게 해줬다."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았던 배우 오영수(77)가 연극으로 돌아온다. 내년 1월 7일 막을 여는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이 그의 선택이다. 이 연극에서 선배 신구(85)와 함께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한다. 광고를 포함해 쏟아지는 러브콜을 뒤로 한 이 결정에 대해 그는 평생 배우로서 지향하고자 한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배우는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경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오영수는 "대사가 상당히 관념적이고 외우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신구 선배님을 보고 용기를 내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연에도 참여했던 신구 역시 "국립극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오영수 선생이 참여해서 연극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무겁고 이해가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고심하며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이자 무신론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서재에서 대표적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가 찾아와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2인극이다. 전쟁과 같은 인간이 초래한 재앙과 신, 종교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관객에게 인생에 대한 묵직한 의제를 던진다.
두 배우에게 연극은 인생 자체다. 최근 연극 무대에 70~80대 배우들의 왕성한 활동과 관련, 오영수는 "인생을 이야기하려면 '노(老)'가 필요한데 연극들이 인생이 아닌 사건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노배우들이 참여하는 극이 많아지는 것은 노, 인생을 말하는 연극이 많다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했다. 지금도 연극에 '집착'한다고 표현한 신구는 "관객은 우리가 살아갈 방향을 찾으려고 연극을 찾는 것"이라며 "역사가 있는 한 무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루이스 역은 이상윤·전박찬이 맡았다. 이들은 무엇보다 대선배들과의 만남이 이번 연극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박찬 배우는 "대본은 좋은데 재공연이라 전과 다른 루이스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도 "두 선생님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시 한 번 라스트 세션에 참여하게 된 이상윤은 "초연 당시에도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다시 연습을 해보니 극 안에 당시 못 본 또 다른 의미들이 있더라"며 극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연극은 내년 3월 6일까지 대학로 TOM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