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미국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대면 콘서트 이후 국내외 팬 사이에서 연예인의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팬인 '홈마'가 논란이 되며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팬들이 미국 현지 팬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말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인종차별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대면 콘서트에서는 홈마 논란이 일어났다. 홈마는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연예인의 고화질 사진을 촬영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팬을 뜻한다.
3일 트위터에는 콘서트를 찾은 한국 팬들이 현지 팬들에게 "BTS를 스토킹하지 말라"며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팬이 지나가면 "한국인이 아니냐" 며 쑥덕거리거나, 얼굴을 찍어 "SNS에 올릴 것"이라고 협박하고, 심지어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해외 팬들 사이에는 홈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 콘서트를 찾은 한국 팬들을 스토커나 상업적 목적을 가진 파파라치 정도로 여기며 콘서트 현장에서는 한국 팬들에게 "BTS를 돈벌이에 이용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콘서트 도중 홈마가 사용하는 대형 카메라에 시야가 가려지거나 몸을 맞았다는 피해 경험담이 공유되며 홈마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일부 현지 팬들은 대형 카메라를 숨겨 몰래 반입하는 것은 총기 사고와 같은 안전 문제로 연관짓고 있다.
홈마는 보통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직접 찍고 보정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다. 또한 일부는 인형, 달력, 사진집과 같은 특정 연예인과 관련한 자체 제작 상품 '굿즈'를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쓰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팬들이 등장했다. SNS가 지금처럼 이용자가 많지 않던 시절 그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며 활동해 '홈페이지 마스터'로 불렸다. 그리고 그 줄임말인 홈마가 '사진을 찍는 팬'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아티스트나 소속사 그리고 가요계 입장에서는 홈마의 사진으로 더 많은 팬들을 끌어올 수 있고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홈마 일부가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며 저지르는 불법 행위들을 두고 뒷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의 초상권은 기본적으로 소속사에 있지만 홈마들은 자신이 만들어 판매하는 상품의 연예인 초상권 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 또한 상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지만 사업자 등록이나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은 전혀 내지 않아 탈세 범주에 속한다는 지적이 있다. 상품 판매를 빙자해 돈을 챙겨 잠적하는 사기 범죄 사례도 발생하며 홈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이에 홈마는 국내 아이돌 팬들에게도 입장이 갈리는 문제적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공식 스케줄에만 참석하는 대부분의 홈마들과는 달리 일부가 연예인들을 미행해 사진을 찍는 등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도 논란이 되며 여러 연예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BTS 멤버 뷔는 2019년 라이브 방송에서 "비행기를 따라 타는 사생팬들 때문에 전세기를 탈 수밖에 없다"며 "솔직하게 말하면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생팬들은 팬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대상으로 홈마들 또한 확실하게 선을 그어왔다.
홈마를 두고 현지 팬들과 한국 팬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한 외국인 팬(nay***)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홈마에 대해 "K팝의 문화가 아닌 가수의 안전과 프라이버시의 문제"라며 "한국 문화라는 애매한 이유로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을 덮으려고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비판했다.
국내 팬들은 홈마가 K팝 고유 문화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방탄소년단 멤버가 홈마가 찍은 자신의 사진을 방에 걸어두거나, 홈마의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것을 게시하며 아이돌 업계의 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홈마들이 스토킹 등으로 문제가 되는 사생팬이 아니며, 상업적 목적을 위해 팬페이지를 운영하는 것 또한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수를 좋아해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진정한 팬으로서 활동하는 홈마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아이돌 팬들 중 홈마의 사진을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결과물은 소비하며 한국인 홈마에게만 공격적 현지 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BTS 팬들과 누리꾼들은 익명게시판에서 "폰에 있는 홈마 사진이나 지우고 말하쇼", "다들 홈마 없이 덕질 못하는 건 똑같으면서", "솔직히 한국 홈마 없었으면 BTS 세계적인 팬덤 끌어 모으기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누리꾼들은 폭행 논란의 본질은 인종차별이라며 현지 팬들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외국인은 모른 척하며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과 조롱을 했고, 홈마는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 누리꾼들은 "외국인들도 다 폰 들고 찍는데 한국인한테만 난리인 게 인종차별이 아니면 뭐냐", "현장에서 불법중계하는 외국팬들이나 외국 대포들도 있었는데 한국 홈마들이랑 일부 일반 한국 팬들만 폭행당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홈마가 아닌 일반 한국인 팬들도 해외 콘서트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며 인종차별 논란에 더 불을 지폈다. 한 누리꾼은 "홈마도 아닌데 해외 콘서트 가서 한국인·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주위에서 계속 힐끔거리고 스태프한테 밀착감시당했다"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자신의 지인이 이번 BTS 콘서트를 관람하러 갔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시작 전에 가만히 있는데 어떤 외국 아주머니 와서 자기한테 엄청 소리질렀다"고 전했다. "옷 만지면서 주머니에 손 넣으려 하고 옆에서 말려도 막무가내로 꺼지라고 하다 안전요원이 와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단순히 홈마 문제가 아니라 일반 팬들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폭력과 조롱을 당하는 인종차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가수인 BTS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사실이 충격이라는 반응도 있다. 누리꾼들은 "한국 가수 좋아한다고 한국가수 응원봉 들고 외국인들이 한국인 홈마 폭행한 게 2021년의 일이라니 어이없고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coco_****)", "가수가 차별하지 말라는 캠페인까지 했었는데 해외 팬들은 앞서서 차별하고 있음", "모순 미쳤어 지들이 좋아하는 가수도 동양인인데 인종차별을 하냐,,," 등 분노를 표현했다.
한편 해외 팬들은 인종차별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BTS의 한 해외 팬(Julias*******)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인종차별 논란을 두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 인종차별을 이용하지 말라"며 "그곳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아닌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