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미치광이 여행자 외

입력
2021.12.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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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실용

△미치광이 여행자

이언 해킹 지음, 최보문 옮김.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한 특이한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다. 1886년 프랑스 보르도의 정신병원에 제 발로 찾아온 알베르 다다는 여행을 떠나려는 욕구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을 버리고 왜 여행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걸어가는 병을 앓고 있었다. '둔주', '보행성 자동증', '방랑벽' 등으로 불린 이 정신질환은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에서도 잇달아 보고됐지만 지금은 거의 진단되지 않는다.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잊힌 이 유행병을 통해 정신질환의 실재성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의심스러운 질병 목록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것들이 과연 실재하는 정신장애인지, 사회와 미디어가 조정하고 의사들이 의료화한 정신의학적 인공물은 아닐지 반문한다. 바다출판사·432쪽·1만7,800원

△똥의 인문학

김성원 외 지음. '똥'을 위생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정신분석·정치경제·미생물학·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바라본다. 농경지의 비료 자원으로 쓰이던 똥오줌은 인분비료 금지 정책과 함께 도시위생의 문제가 됐다. 서구의 위생담론이 도입되면서는 비천화됐다. 재래식 화장실이 일반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대부분 수세식이다. 저자들은 똥오줌을 폐기 대상으로 처리하는 수세식이 비순환적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수 인프라에 높은 비용을 들이며 관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적정기술에 맞춰 생태도시로 바꾸자는 새로운 의견도 제안한다. 역사비평사·256쪽·1만5,000원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G. 존 아이켄베리 지음, 홍지수 옮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경제와 안보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21세기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여전히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19세기에 시작된 뿌리부터 오늘날 분산된 정치운동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살펴본다. 또 그동안 세계 질서의 중심축을 움직여 온 미국이 이끄는 세계 구도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 세계는 코로나19, 기후 변화, 무기 확산 등 상호의존성이 야기한 복잡하고 새로운 문제들 속에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새로운 난관들을 타개하려면 이전보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더 필요하다며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개념과 과제를 개선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536쪽·3만원

△팩트풀니스를 찾아서

한스 로슬링·파니 헤르게스탐 지음, 김명주 옮김. '팩트풀니스' 저자 한스 로슬링의 자서전이다. 유럽과 인도 여행을 떠났던 대학생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응급진료소 의사가 되고, 콩고와 쿠바의 감염병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연설가가 됐다. 두 번의 암 투병과 가족 상실을 극복하며 세계 위기 한복판에서 분투했던 그의 일생을 풀어냈다. 한스 로슬링은 의료 현장에 몸담으며,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 '사실에 기반한 이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을 알기 위해 도전하며 세상의 진보를 위해 힘쓴 그의 이야기가 담겼다. 김영사·360쪽·1만6,800원

△거북의 등딱지는 갈비뼈

가와사키 사토시 지음, 김동욱 옮김. 동물의 몸 일부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체에서 변형시킨 '동물 인간'으로 표현해 동물의 몸과 구조를 설명한 도감이다. 저자는 인간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체를 다른 동물의 몸으로 바꿔 그렸다. '갈비뼈가 등딱지로 변한 거북 인간', '코가 윗입술과 합쳐진 코끼리 인간' 등 각 동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인체에 적용했다. 동물의 몸 구조와 함께 진화의 흐름을 익히며 동물과 인간의 몸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시리즈로 '상아의 턱은 발사된다'가 함께 출간됐다. 사이언스북스·200쪽·1만6,500원

△공간을 탐하다

임형남·노은주 지음. 건축과 공간이 가진 기억을 풀어냈다. 두 건축가는 건축이 가장 오래 남는 물질 문명이고, 시대를 반영하는 척도라고 말한다. 일상적인 풍경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 공간만이 지닌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준다. 법의 공간인 헌법재판소, 타협하는 공간인 국회, 지성의 열매를 연구하는 연대감과 자부심의 공간인 캠퍼스 등 우리를 둘러싼 도시의 공간들을 살펴본다. 그곳에 담긴 사람과 시간, 자연의 일상을 담았다. 공간을 이해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하고 현대의 도시 풍경을 읽을 수 있다. 인물과사상사·292쪽·1만7,000원

△아메리칸 파이어

모니카 헤시 지음, 박동복 옮김. 미국 지방 소도시에서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일어난 연쇄 방화의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5개월 동안, 미국 버지니아주의 소도시 어코맥 카운티에서 86건의 연쇄 방화가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모니카 헤시는 연쇄 방화가 예사롭지 않다고 직감하고 취재했다. 연쇄 방화의 범인은 어코맥의 주민이자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다. 저자는 범인을 책 서두에 노출시키고 범인이 왜 그런 행위를 하게 되었는지 풀어나간다. 연쇄 방화가 미국 사회의 변화, 범인들의 순탄치 않은 삶, 지역 공동체의 몰락과 연관되는 양상을 다각도로 살핀다. 돌베개·371쪽·1만7,500원

△모당일기

김형수 외 지음. 한국국학진흥원의 공동연구팀에서 17세기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유학자인 모당 손처눌이 30년 동안 쓴 일기를 연구하여 집필했다. 임진왜란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었을 때, 대구는 일본군의 진격로이자 병참기지로 활용돼 더 큰 피해를 봤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하고, 전쟁 이후 대구 피해 회복에 앞장섰다. 향교와 연경서원 재건, 강학 활동 등의 교육 사업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결속을 위해 노력했다. 강학 활동을 의례화해 대구 전 지역의 흥학에 힘썼다. 임진왜란 이후 혼란한 대구를 바로잡을 수 있는 학문적·공동체적 기반을 마련한 지식인의 삶을 살펴본다. 은행나무·244쪽·1만8,000원

△미신의 연대기

이창익 지음. 미신으로 불리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소통되던 일제강점기의 미신을 살펴본다. 저자는 미신을 사람들이 사물에 저장하고 공유하던 특수한 감정이자 불안과 공포의 공동체라고 말한다. 조상들은 인간의 존엄을 누리기 힘들었던 시대에 현 세계를 부정하는 강력한 힘의 응결체로 미신을 믿었다. 미신의 연대기를 통해 얼마나 많은 믿음이 지워지고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테오리아·544쪽·2만5,000원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김덕수 지음. 로마제국을 만든 4인의 리더를 통해 본 로마 역사서다. 로마 영토를 확장한 영웅이자 공화정을 파괴했다고 평가받는 카이사르, 권력 독점과 자유 보장이라는 양립적 평가가 존재하는 아우구스투스, 그리스도교를 탄압한 폭군 혹은 3세기 로마제국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디오클레티아누스, 로마 전통 종교를 무시하고 친그리스도교 정책을 추진한 콘스탄티누스가 그 주인공이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수록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스무 번째 책이다. 21세기북스·24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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