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수준이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기가 본격화되면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금융권 고정관념이 속속 깨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신규 대출을 받는다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3.68~4.73%로, 고정금리(3.64~4.45%) 대비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4%·0.28%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 들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통상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은행으로선 고정금리 상품을 취급할 경우, 향후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붙여 금리 상승 위험을 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동금리가 더 높아진 이유는 변동·고정금리가 추종하는 지표금리의 등락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주로 신규 코픽스를 기준으로 움직이는데, 가장 최근 공시된 신규 코픽스는 전월 대비 0.13%포인트 급등한 1.29%를 기록했다. 반면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은 이달 들어 2.221%까지 떨어져 10월 말(2.656%)과 비교해 0.435%포인트 급락했다.
현재 은행권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약 75.5%로 고정금리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2014년 4월(76.2%)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 가계대출 잔액(1,060조 원) 중 800조 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를 고려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장기금리가 하락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반면에 단기금리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신규 주담대를 신청한다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도 큰 틀에서는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과거 낮게 책정됐던 변동금리 역시 향후 금리 상승에 따라 현재의 고정금리를 추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정금리로 갈아타기 전 중도상환 수수료·대출 한도 조회는 필수다. 우리·NH농협은행 등은 연말까지 일부 담보대출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기존 대출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됐다면 대환 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도상환 수수료·대출 한도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갈아타기 전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