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출범 1주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시선이 차갑기만 하다. 여론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도 공화당에 뒤처지고 있다. 현재로선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처지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자체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1%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57%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미국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63%에 달했다. '그렇다'는 응답 27%를 크게 압도했다.
다만 2024년 11월 대선을 가정한 설문 조사 결과는 그나마 낫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맞붙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46% 지지율을 보여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근소하게 앞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득표율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4.5%포인트 앞섰던 사실에 비춰보면, 오히려 표심을 잃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응답자의 46%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답한 반면, 48%는 "차라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인기도 시들하다. '지금 당장 중간선거가 치러지면,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디에 투표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민주당'을 택한 비율은 32%, '공화당'은 34%로 각각 집계됐다. 오차범위(±2.5%) 이내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안 된 시점에 나온 이 같은 결과에 민주당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교육 및 의료보험 등의 문제에서 '공화당보다 잘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경제 재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경 관리 등 분야에선 공화당보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WSJ는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만약 내년 중간선거 직전인 노동절에 나온 수치라면,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엔 확실한 '빨간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이겨내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사람들은 경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품고 있다"면서 펜데믹·경기불황 극복을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