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에 65㎞ ‘스마트 장벽’ 완공

입력
2021.12.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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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봉쇄 절정... 팔레스타인과 충돌 격화할 듯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지역을 에워싼 65㎞ 길이의 ‘스마트 장벽’을 완공했다.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 정책’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립이 더 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AP통신·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가자지구 주변의 강화된 보안 장벽을 완공했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국내로 몰래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벽 공사에 착수한 지 3년 6개월 만이다. 공사비로는 35억 셰켈(약 1조3,000억 원)이 투입됐다.

새 장벽은 기존 장벽 뒤에 철재와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하마스 통치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위하는 형세로, 높이는 6m다. 하마스 대원의 지상 침투를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첨단 장비를 갖춘 ‘스마트 장벽’이라고 이스라엘은 강조했다. 수많은 감시용 카메라와 레이더가 곳곳에 배치된 것은 물론, 지하에는 땅굴 감지 센서도 설치됐다.

이스라엘은 이 장벽이 자국민 안전 보장을 강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혁신적 기술의 장벽은 하마스가 개발하려던 하나의 능력(땅굴)을 무력화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의 안보 의식도 고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내년에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집결지인 북쪽 레바논 국경에도 스마트 장벽을 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기대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통치 지역 봉쇄를 줄곧 강화해 왔으나, 국경 충돌은 오히려 거세졌다. 하마스가 이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집단 처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육·해·공 전면 봉쇄에 나섰지만, 하마스는 수차례 군사 작전을 감행하며 맞섰다. 지난 5월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4,000발 이상의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으로 보복했다. 당시 11일간 가자지구에선 250여 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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