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능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지지만, 체내 항체가 많아지면 감염을 막는 ‘부분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을 보완하는 부스터샷(3차 접종) 확대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일부나마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보건연구소(AHRI)는 과거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화이자 백신 접종 완료자 6명, 확진됐다가 완치된 뒤 화이자 백신을 맞은 6명 등 총 12명에 대한 분석을 거쳐 이같이 밝혔다. 이들에게서 수집한 항체 샘플을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중화하거나 차단하는 데 필요한 항체 농도를 실험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엔 항체 효력이 다른 변이들의 40분의 1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다 맞았다 해도, 오미크론 변이 돌파 감염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이자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 예방 효과 연구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두 실험군 사이에선 뚜렷한 차이점도 발견됐다. 감염 이력이 없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 항체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 취약했으나, 감염 이력이 있는 접종자 항체는 6명 중 5명한테서 강력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의 항체 수준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를 얼마나 막아낼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부스터샷으로 항체 수준을 높이면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알렉스 시걸 AHRI 소장은 “부스터샷을 맞으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 가능성, 특히 위중증으로 발전하는 심각한 감염 위험이 아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스터샷 미접종자는 (빨리) 맞아야 하고, 과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이들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진은 백신이 단순히 항체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실험은 항체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백신의 입원 및 사망 예방 효과를 입증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향후 연구에 따라 오미크론 변이의 정확한 면역 회피 수준 측정치도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걸 소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전시켰다면 백신이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며 이번 실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앞으로 감염자는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스템 붕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실험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 예방을 위해 기존 백신을 수정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조만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 연구소에서도 실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