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침공시 강력 제재” vs 푸틴 “나토가 러시아 위협”

입력
2021.12.08 08:41
제네바 회담 이후 두 번째 만남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입장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며 침공시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우크라이나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인 7일(현지시간) 다시 화상으로 마주 앉은 미러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2시간 동안 거친 설전을 벌였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의 병력 증강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 동맹의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동맹이 군사적 긴장 고조시 강력한 경제적 조치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하고 러시아에 긴장 완화와 외교 복귀를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통화하고 회담 결과를 전한 뒤 공조를 재차 다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접촉하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추가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후속팀이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모든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러시아 책임으로 떠넘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크렘린궁이 이날 회담이 끝난 뒤 내놓은 보도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면서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병력 증강은 방어 차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그러면서 나토의 동진을 금지하고 러시아 인접국에 러시아를 겨냥한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등 법적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에 취하는 도발적 행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크렘린궁은 국제 안보와 안정 유지를 위해 미러 양국이 대화와 접촉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도록 실무팀에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 외에도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과 미러 가 핵군축을 다루는 전략적 안정 대화, 랜섬웨어 문제 등 현안 관련 협업도 논의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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