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위 10% 부(富), 하위 50%보다 52배나 많아

입력
2021.12.07 22:31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 발간
"한국 1990년대 이후 불평등 심해져"
상위 10% 전체 부의 58.5% 차지...하위 50%는 5.6%

한국 상위 10%가 보유하고 있는 부(富)가 하위 50%보다 무려 52배나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선진국인 서유럽 국가와 비슷하지만 부의 불평등이 이들 국가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7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보고서는 국가별로 소득, 부, 성별, 탄소배출 등 4가지 측면에서 불평등 수준을 측정했다.

소득의 경우 2021년 기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46.5%를 벌어들이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상위 10%의 1인당 소득은 15만3,200유로(약 1억7,850만 원)로 하위 50%의 1만600유로(1,233만 원)에 비해 약 14배나 많았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감소해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한 부(富)의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유로(12억2,508만 원)로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64만 원)로 5.6%에 불과해 무려 5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3,000유로(3,843만 원)로 서유럽 영국(3만2,700유로), 스페인(3만600유로), 이탈리아(2만9,100유로) 등과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득 격차는 프랑스가 7배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8배, 영국은 9배, 독일은 10배 등으로 한국보다 모두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1960~90년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성별 근로소득과 탄소 배출도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한국 전체 근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27.3%에서 2000년 29.2%, 2010년 30.9%, 2020년 32.4%로 조금씩 증가했다. 이는 일본(28%)이나 인도(18%)보다는 높지만, 서유럽(38%)이나 동유럽(41%)보다는 낮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14.7톤(CO2 환산)로 집계됐는데, 2019년 기준 상위 10%가 54.5톤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톤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상위 10%가 약 9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다. 부유층의 자원 소비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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