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구충제 약물로 '변이 치료제' 개발…업계 "임상 1상도 아직인데"

입력
2021.12.07 18:31
7일 경구용 치료제 'CP-COV03' 연구 성과 발표
덱사메타손과 투약 시 치료 효과 2.1배 상승
바이오업계 "실질적 연구성과 미비"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니클로사마이드 기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CP-COV03'를 여러 변이 바이러스까지 치료하는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구충제로 사용되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숙주 세포를 표적해 변이에 상관없이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보였다는 해외 연구자료가 개발의 근거다. 그러나 오미크론 대응과 관련 CP-COV03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성과는 미비해 바이오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구용 치료제 연구성과 발표…근거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P-COV03와 코로나19 항염증제인 덱사메타손의 병용 효능 동물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인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용으로 처방되는 약물이다.

동물시험 결과 CP-COV03를 덱사메타손과 경구제로 함께 투약했을 때 덱사메타손 단독 사용 시보다 치료 효과가 2.1배 높아졌다는 게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설명이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위탁해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는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니클로사마이드는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해 오미크론, 델타 등 각종 변이에 대응 가능하다고 했다. 또 니클로사마이드가 50년간 구충제로 사용돼 약물 안전성을 입증했고 대량생산이 용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진호 현대바이오사이언스 과학자문위원장은 "니클로사마이드의 단점은 생체 이용률이 10%이고 나머지 90%는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라며 "생체 이용률을 높이는게 최대 과제인데, 최근 미네랄 기반 전달체 기술로 생체 이용률을 기존의 40배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1월 임상 1상을 마치면 바로 임상 2상을 진행해 상반기 중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니클로사마이드가 여러 해외연구에서 독감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2상은 코로나19와 독감까지 두 임상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관계기관과 임상 2상 계획을 협의하는 등 2상 준비 작업에도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동물시험에 기반한 이번 발표가 오미크론에 대한 직접적인 효능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P-COV03가 독감까지 다룰 수 있는 범용성 효능이 있다는 근거도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니클로사마이드 약물재창출 가능성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다"며 "오미크론에 특정한 변이 효능 시험이나, 인체시험 수준의 결과물이 없어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보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코스닥에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전일 대비 15.04% 급락한 2만6,55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9일 CP-COV03가 오미크론 등 변이까지 해결할 수 있다며 연구성과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주가가 29.88% 폭등한 바 있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