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파업·반군부 시위… 아웅산 수치 판결에 다시 일어선 미얀마 시민들

입력
2021.12.07 17:45
10일 반군부 '침묵 파업' 동참 캠페인 진행 
판결 불만… 법원ㆍ경찰서 공격도 이어져


미얀마 쿠데타 군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첫 유죄 판결이 미얀마인들을 다시 결집시키고 있다. 여전히 평화적 사태 해결을 원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파업 동참 캠페인 등으로 민주화의 열망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더이상 대화는 없다"며 총을 든 시민저항군은 정부군을 향한 공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7일 미지마 뉴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전날 수치 고문에 대한 징역 4년형 첫 선고가 이뤄진 직후 "12월10일 군부에 반대하는 '침묵의 파업'을 진행하자"는 내용의 현수막과 포스터가 전국 곳곳에 붙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선 반군부 시위대가 시장과 버스정류장 등에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파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앞서 양곤과 만달레이 시민들은 올 상반기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도심 내 상점을 일제히 닫고 거리를 오가지 않는 침묵 시위를 수차례 진행한 바 있다.

쿠데타 초기, 미얀마인들의 저항정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던 '냄비 두드리기' 시위도 재개됐다. 전날 밤 양곤 산짜웅구 등 5개 이상의 지역 주민들은 반년 만에 냄비 등을 두드리며 "악귀(군부)는 물러나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사가잉과 마궤주 등 지방에선 "우리는 너(수치 고문)와 함께 있다"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가 도심에 대거 등장했다. 냄비 두드리기와 거리 시위는 지난 8월 군부의 무력진압이 본격화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춘 투쟁 방식이다.

반군부 무장 저항세력들은 보복 행동에 나섰다. 전날 한 시민군은 미키트나 지방법원 앞에 폭탄을 설치, 법원 현판과 인근 차량 3대를 폭파시켰다. 양곤에선 하루 동안 8명 이상의 정부군이 사망했다. 양곤의 강성 게릴라 조직인 지하반군(UndergroundㆍUG)이 전날 밤 원격지뢰와 폭탄 등을 이용해 도심 내 경찰서와 교육청에 주둔하던 군병력을 연이어 기습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마궤ㆍ사가잉ㆍ친주 시민군도 각각 1명의 정부군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또한 군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수치 고문 선고 결과에 대해 "민주주의 정의에 위배되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군부가 통제하는 법정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가짜 재판에 따른 판결은 정치적인 이유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고가 현지 민주진영의 구심점을 지우려는 '정치 재판'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군부는 국내외에서 고조되는 반발에도 대응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날 밤 "수치 고문의 형량을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사면을 진행하겠다"는 짧은 논평이 이번 사태에 대한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하지만 군부의 사면 결정에 대한 현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은 "사면은 판결보다 더 관리되고 준비된 행동"이라며 "군부의 관대함을 보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이미 결과적으론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