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여권 신뢰 저하 우려 없다면 영문이름 변경 허용해야"

입력
2021.12.07 11:35
"외국 체류 중 '하이에나'로 놀림 받았다"
영문표기 HENA→HANNAH 변경 신청
행심위, 외교부의 거부 처분에 부당 판단

한국 여권의 신뢰도에 큰 영향이 없다면, 외교부가 여권 영문이름 표기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7일 하모(18)씨의 여권 영문이름 변경 신청을 거부한 외교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여권의 대외 신인도 등을 이유로 영문이름 변경을 여권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7세 때 영문 이름을 'HENA'로 표기한 여권을 발급받아 해외에 갔던 하씨는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 새 여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HANNAH'로 영문이름을 바꿔 신청했다. 외국에 있는 동안 성(HA)과 HENA를 붙여 읽으면 '하이에나(hyena)'로 발음된다며 현지인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를 거부했고, 하씨는 중앙행심위에 외교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하씨의 성과 이름을 붙이면 하이에나로 발음될 가능성이 큰 점 △하씨가 아직 고등학생인 점 △어릴 때 1년간 외국에 체류하고 귀국한 뒤 다시 출국하지 않아 영문이름 변경이 여권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심위는 △하씨의 한글이름과 변경하고자 하는 영문이름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엔 맞지 않다는 점 △통계자료상 하씨와 같은 한글이름을 HANNAH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점 등을 들어 외교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민성심 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한국 정부의 신뢰 유지를 위해 여권의 영문이름 변경은 신중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행복추구권 등 국민 기본권과도 관련이 큰 만큼 사안에 따라 여권의 영문이름 변경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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