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법을 주문한 ‘이재명표 법안’ 중 일부가 6일 당내 의원총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생과 직결되지 않은 논쟁적 법안들인 만큼, ‘입법 독주’로 비칠 위험을 감수하지 말고 속도 조절을 하자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이었다. 이 후보는 곧바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특유의 '추진력'엔 약간의 흠집이 났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환원 3법(도시개발법· 주택법·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국회의원 면책 특권 개선 법안△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환수법 △농지 투기방지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법 등 이재명표 입법 과제를 당론으로 추진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시행사 등이 부담하는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현행 20~25%에서 45~50%로 올리는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은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다만 곧바로 입법 액셀을 밟진 않는다. 조오섭 원내대변인은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고, 야당과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한다. 부동산 3법 중 나머지 2개 법안은 이날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전두환씨 재산 추징법 등 나머지 법안들은 일단 보류됐다. 당론 채택이 불발됐고, 논의 시한도 정해지지 않았다. 대부분 이 후보의 '사이다 기질'이 요구한 법안들이다.
의원 면책특권 제한법을 두고 특히 논의가 치열했다. 법 개정 논의에 불을 댕긴 건 이 후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며 "이 후보가 조폭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이래서 면책특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면책특권이 제한되면 의정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입법에 반대했다. 허위 사실 유포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 강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전씨 사망 이후 전씨 재산 추징법 입법을 띄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 이후 이 후보는 전씨 때리기에 힘을 쏟았다. 이번에도 이 후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의총에선 “당위적 필요는 있지만, 소급 적용 논란 등이 생길 수 있으니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의총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대선후보가 한마디 한다고 일률적으로 따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어 "당론 추진이 합의된 개발이익환수법부터 처리하고, 순차적으로 의견을 모아 합의 가능한 것들을 당론으로 계속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을 ‘쥐꼬리’에 빗대며 강하게 질타했다. 주요 선진국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상공인 재정지원 비율 등을 비교한 시각물을 직접 들고 나와 “다른 나라들은 돈이 남아서 이렇게 지원을 많이 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문제를 띄우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치적으로 꼽히는 ‘K방역’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호평을 했지만, 정부보다는 국민의 부담과 희생으로 만들어낸 성과”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