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트브가 확실히 대세인 듯하다. 보스들의 자아성찰을 담아야 할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도 방송 취지와 상관없는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가 깊게 다뤄진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된 상황이다.
지난 5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먹방 유튜버 히밥이 정호영 셰프의 매장을 찾아왔다. 히밥의 등장과 함께 그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화제의 먹방 크리에이터' '입이 떡 벌어지는 솥뚜껑 식사 시리즈부터 음식 브랜드 전 메뉴 먹방까지!' 등의 자막이 화면을 채웠다. 채널 구독자 수, 누적 조회수 같은 자세한 정보들까지 공개됐다.
히밥은 "먹방 촬영을 하려고 한다"며 정호영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후 자리에 앉은 그는 메뉴판을 보더니 "이런데 오면 전 메뉴 시키는 걸 좋아한다. 라면은 23개까지 먹는다. 햄버거는 한 30개, 피자는 한 7판 먹는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히밥이 라면, 햄버거, 피자 먹방을 하는 자료 화면이 차례로 공개됐다. 정호영 히밥은 합동 방송을 약속하며 조회 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영상을 찍었다.
일회성으로 출연한 히밥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지나치게 많은 정보, 오랜 먹방 촬영 시간은 보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정호영 분량의 VCR이 끝나기 전 히밥은 먹방 소감을 밝혔다. 그가 다른 가게에서 흑돼지를 먹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히밥의 먹성은 놀라움을 안겨줬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왜 그의 먹방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 공식 홈페이지 정보란에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라는 소개글이 쓰여 있지만 이번 회차의 주인공은 '보스' 정호영이 아닌 히밥처럼 보였다.
예능 속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현주엽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유튜브의 소재에 대해 고민하고 지인들과 영상을 찍는 모습이 장기간에 걸쳐 그려졌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지난 10월 시청자 게시판에 "방송을 찍으면서 개인 방송을 찍는 개념은 대체 언제부터 도입된 거냐"는 비판글을 올렸다.
먹방과 유튜버가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인기 키워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인물의 채널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소개해 주는 것은 대중이 공영 방송 KBS에 기대하는 바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튜브가 개인의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이 유튜브의 비하인드 영상, 혹은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제작진에게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 첫 방송을 시작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