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 주'의 자부심

입력
2021.1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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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델라웨어

미국 유통 운송업체의 절반 이상, 포천 500대 기업의 60% 이상은 북동부 대서양 연안의 델라웨어(Delaware)주에 물류센터와 법인을 두고 있다. 주 판매세(sales tax, 매출세)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상품을 '직구(직접구매)'하는 한국인들이 면세 혜택을 얻기 위해 배송대행지로 주로 선택하는 곳도 거기다.

델라웨어 주정부는 스스로를 '일등 주(First State)'라 부른다. 독립전쟁 직후 미국 제헌의회가 작성한 연방헌법을 당시 13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1787년 12월 7일 비준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와 스웨덴 식민지를 거쳐 1664년 영국 식민지가 된 이래 델라웨어는 펜실베이니아의 일부로 인식됐다. 펜실베이니아주 총독이 통치했고, 주 이름도 당시 총독 '드 라 워 경 토마스 웨스트(Thomas West, Lord De La Warr)'에서 유래했다. 17세기 후반 펜실베이니아가 점점 번창하고 새로운 카운티들을 편입해 가면서 델라웨어 의회는 흡수통합 위기감을 느꼈고, 당시 총독에게 건의해 18세기 초 어렵사리 독립적인 입법부를 구성했다.

연방정부 수도 유치를 두고 뉴잉글랜드 등 북동부 각 주가 경합하던 무렵, 펜실베이니아도 막강한 경쟁 후보 중 하나였다. 델라웨어주의 연방헌법 초고속 비준은 펜실베이니아의 발언권을 견제하기 위한, 다시 말해 '독립'에 쐐기를 박기 위한 승부수였다.

델라웨어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다음으로 면적이 작지만, 고만고만한 주들로 구성된 '뉴잉글랜드'에 포함되지 않고, 북부도 남부도 아닌 남북 경계의 주라는 점을 자부한다. 주의 모토(Motto)도 '자유와 독립(Liberty and Independence)'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지만 10세 이후 델라웨어에서 성장했고, 만 29세 때부터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으로 정치 이력을 쌓아왔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