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남서 윤석열 겨냥 "군사정권처럼 검찰정권 안 돼"

입력
2021.12.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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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천한 출신" 발언에 野 "철 지난 감성팔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인물 경쟁력'을 앞세우며 5일 전북 순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소년공 출신의 '흙수저 스토리'와 어두웠던 가족사를 먼저 꺼내들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해 "군사정권에 이은 검찰정권"이라며 '과거 회귀 프레임'을 씌우며 선명한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복수하는 대통령, 경제 대통령 중 누굴 원하나"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 정읍 샘고을시장에서 즉흥연설을 통해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국가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 주변에 검찰 출신 정치인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검찰정권이 과거 군사정권과 유사하다는 논리를 들어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군사정권을 증오했다. 군인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사용했다"며 "군사정권이 안 되는 것처럼 검찰정권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합류로 정상적인 선대위 출범을 앞둔 것을 염두에 둔 듯 비판의 수위가 높았다.

이 후보는 메시지에 '윤석열=과거, 이재명=미래'라는 방점을 찍는 데 주력했다. 그는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복수'가 이어질 것"이라며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복수하는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이후 전북 완주 테크노파크 스마트융합국민센터에서 수소에너지 연구자 및 업계 관계자와 만나 "어떤 분이 탄소 감축 목표를 되돌리겠다.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얘기해보겠다고 하던데, 윤모 선생이라고..."라며 "그렇게 하면 나라 망한다"고 직격했다.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윤 후보를 '깨알 저격'한 셈이다.

"난 미천한 출신..." 흙수저 서사로 호남 표심 자극

자신의 어려웠던 성장기를 꺼내들며 윤 후보와의 대립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을 찾아 "나의 아버지 어머니는 화전민 출신이었다"며 "출신이 비천해서 주변을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고 말했다. 탈 많은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청렴하게 공직을 수행왔다고 강조한 것이다.

5일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법시험도 일부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선 이 후보에 대해 너무 강한 캐릭터로만 인식돼 있다"며 "흙수저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호남이 도와줘야 할 후보'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野 "철 지난 감성팔이" "허물 감추기" 맹비판

야권은 이 후보가 감성에 호소하며 허물을 감추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해명해야 할 수많은 의혹을 철 지난 감성팔이로 극복해 보겠다는 뻔히 보이는 수"라고 일축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에 대한 비하와 모독"이라며 "정작 속내는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주 연속 주말에 호남을 찾아 '안방 표심'을 다졌던 이 후보는 다음 주부터는 외연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주중에 경제성장 공약 발표와 인재영입 발표에 이어 주말에는 서울이나 대구·경북 등 험지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