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순위 공개" 다시 꺼내든 변협에 로스쿨은 갸우뚱..."진짜 의도가?"

입력
2021.12.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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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로스쿨 매년 평가해 순위 공개' 공표했으나 무산
올해도 "내년 4월 이후 순위 발표" 다시 시동
로스쿨들 "근거 자료 부족해 공정한 평가될지 의문"
일각선"'변호사시험 응시자 줄여라' 압박용" 지적도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내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순위를 공개하기로 했다. 엄격한 교육 과정을 통해 보다 자질 있는 변호사를 배출해 달라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로스쿨들은 정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로스쿨 제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최근 전국 25개 로스쿨에 공문을 보내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는 내년 4월 이후 로스쿨 순위를 공개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공문에는 "이(순위 공개)를 고려해 준비된 학생들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졸업 사정(査定·교육적 의사결정)에 신중해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변협은 법무부에서 발표하는 응시자 수 대비 합격률을 주요 요소로 하되,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의 각 학교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반영해 순위를 매길 예정이다. 변협 관계자는 "단순히 응시자 수 대비 합격률로만 순위를 내는 것은 아니고 올해 새로 진행한 설문조사 등을 대입해 객관적 평가를 할 것"이라며 "자세한 산정기준은 현재로선 비공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변협은 지난해부터 로스쿨 순위를 공개할 생각이었다. 부적합 로스쿨을 꾸준히 퇴출시키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서 로스쿨을 평가,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유도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변협 안팎의 이견과 반발에 교육과정·교원·진학추천여부 등 6개 평가항목을 분석한 '2020년 법학전문대학원 평가보고서'만 올해 초 공개하고 전체 순위는 발표하지 않았다.

로스쿨들 "객관적 평가 될까? 차라리 대안 연구해 달라"

로스쿨 측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평가 근거나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며 순위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가 공개해 온 합격률 외에, 변협이 각 학교를 평가할 만큼의 풍성한 자료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로스쿨들 역시 평가에 필요한 내부 자료를 변협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한 지방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관리는 교육부 몫으로, 변협에서 순위를 공개하는 것이 훌륭한 변호사 양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변협이 로스쿨 쪽에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 감축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변협은 실제 각 로스쿨에 보낸 공문에 '한국의 법률서비스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를 조정해 연간 변호사가 1,000~1,200명 정도가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또다른 로스쿨 교수는 "학사 제도에 부족한 사안이 있다면 변협이 이에 대한 대안을 연구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로스쿨에 일방적으로 엄격한 학사관리를 요구하는 건 결국 졸업시험에서 많이 떨어뜨리라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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