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코로나19 3차 접종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먼저 3차 접종을 한 지인이 고열과 근육통 등 백신 부작용으로 심하게 고생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접종'을 '3차 접종'으로 공식화하며 접종 독려에 나섰지만, 접종률 증가세는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3차 접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는 이상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 완료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돌파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백신 예방 효과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까지 3차 접종률은 전 국민 대비 7.7%, 18세 이상 성인으로 한정해도 9%에 그쳤다. 지난 10월부터 3차 접종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주간 접종자 전체 평균은 약 50만 명 수준이다. 최근 3차 접종자 증가량이 평일 20만 명, 주말 10만 명으로 어림잡았을 때 주간 접종자는 120만 명 수준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진 편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 해도 접종 완료율 80% 수준인 4,000만 명에 도달하려면 30주, 7개월 정도가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3차 접종을 공식화하면서 채근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돌파감염 비율이 치솟는 것도 3차 접종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37.9%였던 주간 신규 확진자 중 2차 접종자의 돌파감염 비율은 11월 첫째 주 56.1%로, 11월 셋째 주에는 69% 수준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1, 2차 접종자 비율이 올라가면서 돌파감염 비율 또한 높아지리란 예상은 있었지만, 이렇게 단 시간 내에 빨리 올라가는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 중 돌파감염에 의한 위중증자 비율이 57.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3차 접종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측면에서 3차 접종의 필요성을 제공하며 꾸준히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의 수석 의료 고문인 파우치 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3차 접종을 하면 오미크론을 비롯한 모든 변이들의 활동을 억제하는 중화항체 수준이 높아져 최소한 중증 환자가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백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엔 방역 수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1, 2차 접종과 그에 따른 피로감 등을 감안하면 이전 수준의 높은 접종률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까지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경험했던 이들로선 3차 접종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3차 접종과 함께 방역 체계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