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과 팬데믹의 종식

입력
2021.12.05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의 대표 사례로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을 꼽는다. 페스트는 지난 2000년 동안 모두 세 번의 커다란 유행으로 인류를 사지에 몰아넣었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역병과 14세기 중세 유럽의 대유행 그리고 19세기 중국과 인도의 페스트다. 단편적인 기록으로 전체 피해를 추정할 뿐인 이 팬데믹에 비해 100년 전 최소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의 경과와 피해는 좀 더 구체적이다.

□ 1918년부터 1년 가까이 스페인 독감은 크게 3번의 유행이 있었다. 6월쯤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첫 유행은 가벼웠지만 1918년 가을·겨울 두 번째 유행은 엄청난 희생을 불렀다. 이듬해 2, 3월 새로운 유행은 최초보다는 셌지만 직전보다는 약했고 이후 유행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페스트도, 스페인 독감도 정확히 어떤 이유로 유행이 종식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희생의 대가로 얻은 면역, 격리의 효과, 감염원의 독성 약화 등을 추정할 뿐이다.

□ 급격한 세계화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스페인 독감 때보다 격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백신 여명기인데다 변변한 치료제조차 없던 100년 전과 달리 인류는 전례 없는 빠른 백신 개발과 항생제라는 신무기로 이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백신 불평등으로 국가별 격차가 크지만 이미 많은 나라가 추가 접종까지 서두르며 상당한 수준의 면역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했던 코로나 극복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기대할 만하다.

□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빠른 속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세계 40여 개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변이 감염자의 증상이 아예 없거나 가볍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중증이 시간 차를 두고 올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만약 델타 변이가 코로나19의 정점이고 그보다 덜한 유행을 맞는다면 종식에 다가섰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오미크론의 정체를 알 때까지 백신 추가 접종과 거리 두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김범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