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7일(현지시간) 화상 회담을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둘러싸고 양국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정상들이 직접 대화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두 나라가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고 고강도 경제 제재를 거론하는 등 연일 긴장 수위를 높이던 터라 이번 통화가 꽉 막힌 미러 관계에 돌파구를 불러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양 정상의 회담 계획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러시아 매체에 화상회담 일정을 밝혔다. 정확한 통화 시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한달 뒤인 7월 전화통화를 한 게 공식 대화의 마지막이었다.
회담에서는 점차 고조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키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뤄지는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재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 병력 10만여 명이 집결하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14년 크림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강제 합병한 데 이어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3일에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정보당국 문건을 입수, 러시아가 내년 초 병력 약 17만5,000명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여러 전선에서 공격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추가 동진(東進) 금지 보장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전날 “옛 소련권 지역으로 나토가 확대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 이웃 국가에 무기 시스템이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적 보장이 시급하다”며 “미러 정상의 화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핵군축을 비롯한 양국 간 현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키 대변인은 성명에서 “양 정상은 전략적 안정성과 사이버ㆍ지역적 사안 등 미러 관계의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정상간 대화가 훈풍으로 이어질 거란 관측은 높지 않다. 최근 양국은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50여 명에게 미국을 떠날 것을 지시하자, 러시아 역시 1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외교관들에게 내년 1월 말까지 떠나라고 맞불을 놨다.
지난달 30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며 “오히려 나토군이 러시아 국경의 위험 요인”이라고 비판하자 하루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대결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도 높은 수준의 경제 제재를 포함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당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