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66)씨 등이 '구미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 관련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박석근)는 피해자 황대권씨, 이원중(58)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1985년 9월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황씨와 이씨 등 유학생들이 미국과 서독 등에서 북한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황씨 등은 지하당을 조직하거나 지하혁명조직의 상호연계 내지는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결심하고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황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황씨는 1998년 8월15일 김대중 정부 광복절 사면대상에 포함돼 가석방될 때까지 13년가량 복역했다. 그는 옥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야생초 편지'로 베스트셀러 작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씨는 당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10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황씨와 이씨 등은 2017년 9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안기부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황씨와 이씨를 강제연행해 불법구금하고 증거를 만들어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안기부 수사관들의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황씨에게 3억2,600만여원을 배상하고 그 가족 8명에게 각 4,400만여원~2억3,600만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씨에게는 5,300만여원, 이씨 가족 3명에게는 940만여원~2,600만여원을 배상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