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내로남불'을 사과한 것은 중도 확장의 기점이라 하겠다. 앞서도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철회를 시사하며 과격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 예상대로 조국 사과는 양쪽에서 반발을 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인간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 비판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혼자 사과한다고 될 일이냐”고 폄하했다. 그래도 중도를 껴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윤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진 시점에 지지율 추이가 궁금하다.
□ 중도·부동층은 야당에 기울어져 있었다.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15%포인트 이상, 지속적으로 높은 여론이 이를 증명한다.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 입법 독주에 지친 이들이 반문 정서를 형성했다. 정작 이를 흡수하지 못하는 건 윤 후보다. 그의 잇단 망언들이 영향을 미쳤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개 사과’일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 빼고 잘 했다”는 발언만도 논란인데 뒤늦게 사과하며 비아냥거리는 사진을 올려 중도층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 높은 반문 정서는 정치 기반이 전무한 윤 후보가 일약 야당 대선 후보를 거머쥐게 만든 요인인 동시에 야당이 중도로 나아가지 못하는 배경이다. 보수 정당이 안에서부터 개혁·쇄신했다면 외부인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고 콘텐츠로서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이들을 유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태극기 세력을 배제하고 2030 안티페미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에 그친 국민의힘은 지금 ‘누가 되든 정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몽 아래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 주변엔 “거대 양당에 모두 실망해 투표를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렇게 보면 2022년 대선은 투표율은 낮고 고정 지지층 결집으로 대결하는 선거가 될 수 있겠다. 반면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언제든 투표소에 나올 중도·부동층 또한 적지 않다. 박빙 승부일수록 이들의 표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통상 선거는 중도 표를 가져가는 쪽이 이긴다고들 한다. 그게 어느 쪽이 될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