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재판부 "제대로 된 검사 역할 상기시키는 계기 되길"

입력
2021.12.03 16:30
2심도 “국가와 검사는 3인조에 배상하라”
1심 후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검사만 항소 
2심 “자백 신빙성 판단 못한 중과실 인정”

1999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범인으로 몰려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국가와 수사검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길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1심에 이어 2심도 국가의 불법행위와 당시 수사검사의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강민구)는 3일 ‘삼례 3인조’ 임명선(42), 최대열(41), 강인구(41)씨와 그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인 최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상금은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1인당 3억~4억 원, 가족들에 대한 배상액까지 합해 총 15억 6,500여만 원 정도다.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인 유모(당시 76세) 할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이다. 경찰은 가난하고 배움이 짧았던 임씨 등을 상대로 강압수사를 벌였고, 이들은 허위자백을 한 끝에 각각 3~6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다.

하지만 2016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자 세 사람은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청구액(19억여 원) 중 상당 부분을 인용해, 국가와 최모 변호사에게 총 15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올해 1월 판결했다. 법무부는 선고 직후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수사 검사였던 최모 변호사는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역시 최모 변호사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례 3인조를) 기소한 담당 검사였던 피고에게 진범에 대한 내사 사건이 배당됐고, 이는 원고들을 진범이라고 확신했던 자신의 결정을 다시 시정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최모 검사는 사건의 원점으로 돌아가 진술과 증거를 면밀히 대조하고,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모든 조치 후 (삼례 3인조의) 자백 신빙성을 판단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최모 검사가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백 신빙성을 제대로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고,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모 변호사가 법정 바깥에서 원고들에게 인간적 사과를 건넸다고 한다”며 “법적 책임을 떠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상당한 마음의 고통이 있었다고 했고, 법원도 이에 깊이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를 비롯한 공직자들을 향해 당부의 말도 남겼다. 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이 수사과정에서 그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 보호의 역할을 하는 검사와 그 비슷한 모든 공직자들의 제대로 된 역할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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