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재용에 "기본소득 얘기해보면 어떠냐" 제안한 이유는?

입력
2021.12.03 20:30
삼성경제연구소 방문해 기본소득 논의 언급
이재명 "친기업·친노동,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
'전북 맹주' 정세균과 전주서 깜짝 만찬 회동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기본소득 논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명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언급했다는 사례도 함께 소개하면서다. 대기업에 '프렌들리'한 태도를 보이면서 대표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불씨도 살려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곳에 오면서 농담으로 삼성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사실 이 부회장한테도 (과거에) 그 말을 했다"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대비해야 할 시대에 완벽한 대책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대책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디지털 글로벌기업 CEO 중 일론 머스크(테슬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같은 사람들은 이미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나왔다"고 했다. 이어 "성공한 디지털 글로벌 기업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하겠나"라고 자문한 뒤 "디지털 기업 특성은 시장이 고갈될 결정을 하는 것이다. 시장이 다 죽고 수요가 결국 사라지는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이 끝까지 반대해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기본소득 철회를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이 후보는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언급은 국민 동의 없이는 기본소득을 추진하지 않겠지만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더욱이 기본소득을 언급하면서 이 부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한 것은 '친기업'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는 "(내가) 친노동 인사인 것은 맞지만, 친기업과 친노동이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문중 SERI 소장도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삼성에 많은 관심을 베풀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전북 맹주' 정세균 "이재명 승리 위해 최선"

이 후보는 SERI 간담회 이후 전북으로 내려가 2박 3일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지역 순회를 시작했다. 지난주 광주·전남에 이어 2주 연속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구애'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전주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정 전 총리의 고향은 전북 진안으로, 전북의 맹주로 꼽힌다.

정 전 총리는 만찬에 앞서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 마음을 모아서 이 후보가 승리하도록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북도민과 당원들이 이 후보를 힘차게 격려해주고 성원해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한다"고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 후보는 "총리님께서 선대위 출범식 때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말해 눈물이 났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