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만 참가?” 학생선수 대회·훈련 참가일수 축소 검토 논란

입력
2021.12.04 06:00
체육계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 집단 반발 
교육·인권단체 “학습권 보장 위한 필수조치”

“방학에만 대회를 하란 소린가. 그럼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들은 우리나라 방학에 맞춰 출전해야 하나. 이 방법이 최선인가.”(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학생선수들이 온전한 개인주체로 성장하려면 학습권 보장은 필수다.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중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체육계에선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교육계와 스포츠인권단체에선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3일 체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선수들의 주중대회 및 훈련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내년부터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2019년 전문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를 학습권 침해행위로 규정한 데 따른 결정이다.

검토안은 현재 초등학교 10일, 중학교 15일, 고등학교 30일 등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내년에는 각각 0일, 10일, 20일로 줄이고 2023학년도에는 초등 0일, 중등 0일, 고등 10일로 조정해 사실상 주중대회 출전을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혁신위의 권고에 따라 2019년에는 최고 64일까지 인정해준 결석 허용일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온 것”이라며 “내년에도 교육 정상화를 위해 예정대로 일수를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혁신위에서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해 주중 대회 참가를 학습권 침해행위로 규정하며 유기적으로 내놓은 △전국 스포츠대회 개편 △학교운동부 개선 △학교운동부 지도자 개선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확대 등의 조치가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학생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축구, 농구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아직도 주중에 열리고 있어, 출석인정 일수 조정 시 대회 참가가 어려워지는 구조인 것이다. 골프와 테니스, 탁구 등 주중 대회 개최를 고집해온 체육단체 위주로 거센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체육회는 이들 단체의 의견을 종합해 “학교운동부 붕괴를 가속화하고 우수한 학생선수들을 학교 밖 사교육과 해외로 내모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런 체육계 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와 다시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그러나 스포츠인권단체에선 “교육부 정책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혁신위원장을 역임한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문체부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스포츠단체에서도 협조를 안 하다 보니 주말리그 등이 정착되지 않은 것”이라며 “도쿄올림픽에서 메달보다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선수들의 열정, 도전정신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듯이, 이젠 엘리트 스포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버리고 학생선수들이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 주체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체육계 모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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