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예산안 처리 된다 해도...미국 연방정부 또 문 닫을 위기

입력
2021.12.02 17:00
17면
3일까지 예산안 처리 못할 경우 셧다운 가능
공화, 바이든 행정부 백신 접종 의무화 딴지 
부채 한도 상향, 사회복지예산 처리도 난제

미국 연방정부가 또다시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 위기를 겪고 있다. 한 번 연장됐던 2022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3일)이 다가오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철회를 예산 처리 조건으로 내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가 이어지면서다.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2월까지 사용할 임시 예산안을 다시 처리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셧다운 불씨는 여전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일(현지시간) 마이크 리 상원 공화당 운영위원장 등 일부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연방정부를 1주일 동안 폐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공무원에 이어 100인 이상 민간기업, 병원 등에도 내년 1월 4일까지 백신 접종 완료를 의무화했고 공화당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2022 회계연도는 정식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셧다운 직전인 9월 30일 연방정부가 오는 3일까지만 운영 가능한 임시지출 예산안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3일 자정까지 추가 임시지출 예산안을 가결하거나 정식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운영이 필수 기능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단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협상이)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소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안 통과) 방해물과 정부 셧다운 시도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의원 등은 상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절차)를 요구해 예산안 처리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절차에 돌입하면 예산 법안 표결까지는 최대 9일이 걸릴 수 있고 이 기간 셧다운은 불가피해진다고 더힐은 설명했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며 기한 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5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모두가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의무화를 반대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의원들은 백신 의무화를 없애기 위해 셧다운을 감수하겠다는 위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 CNN은 민주당 하원 지도부가 내년 2월 18일까지 연방정부 운영이 가능한 임시 예산안을 2일 표결에 붙일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민주·공화 양당이 연방정부 임시 지출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양당 동수로 구성된 상원에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여전하다.

문제는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로 셧다운 위기를 넘긴다 해도 산 넘어 산이라는 점이다. 15일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실패시 채무불이행 사태 가능성, 2조 달러(약 2,355조 원) 규모 사회복지예산 및 국방수권법(NDAA) 처리 같은 의회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2월까지 사용할 임시 예산 지출안이 통과된다 해도 시한이 다 되면 또 다시 연방정부 셧다운 논란이 일게 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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